내년 '반값' 이통사 진출 러쉬…"잘될까"

2011-12-26     정옥주 기자

제4 이통통신사 등장의 불발로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MVNO란 기존 이통사의 통신망·주파수를 도매로 제공받아 이용자에게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정부가 최근 제4 이통사를 출범시키는 대신 MVNO 육성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MVNO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CJ그룹 등이 조만간 MVNO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 내년부터 본격적인 MVNO 시대가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역량을 총 동원한 CJ헬로비전의 '헬로 모바일'은 다음달 1일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있고 최근 세종텔레콤과의 합병 작업을 마친 온세텔레콤도 내년 3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한창 준비 중이다.

현재 MVNO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준비 중인 사업자는 CJ헬로비전, KCT, 온세텔레콤 등 20여곳에 달한다.

CJ헬로비전은 내달 1일 홈쇼핑 방송을 시작으로 2일부터는 온라인과 모바일 전용 고객센터를 통해 고객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요금제를 연계한 2만8000~8만7000원 요금제를 통해 기존 대비 20~50% 저렴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예컨대 기본료 2만8000원짜리 '헬로스마트 28'은 기존 이통사 3만4000원짜리 상품과 동일하게 음성 150분, 문자 250건, 데이터 100MB를 제공한다. 데이터 사용은 많지 않고, 음성통화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상품들로 기존 이통사 요금제 대비 월 6000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

또 3만7000원짜리 '헬로스마트 37'은 기존 이통사의 기본요금 4만4000원 상품과 동일하게 음성 200분과 문자 350건, 무료 데이터 500MB를 제공한다. 기존 대비 월 7000원 이상 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단말기를 계속 쓰면서 USIM칩 이동을 통해 이동통신요금을 최대 50%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요금제도 마련했다.

CJ헬로비전은 KT테크의 '테이크타키' 팬텍의 '베가레이서', 삼성의 '갤럭시 넥서스' 등을 주력 단말로 확보했다.

특히 헬로모바일의 최대 장점은 CJ그룹의 방대한 콘텐츠와 잘 짜여진 유통 체계다. CJ헬로비전은 '헬로넷', '헬로티비', '헬로폰과 연계한 결합 상품 서비스, 엠넷이 보유한 음원을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뮤직 전용폰, CJ헬로비전 티빙의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영상폰도 단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CGV, 엠넷, 티빙, 뚜레쥬르, VIPS, 투썸플레이스, 콜드스톤, 올리브영, CJ 몰을 이용할 경우에는 CJ원카드 포인트 추가 적립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다.

세종텔레콤과의 통합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온세텔레콤도 내년 3월 MVNO 서비스를 시작한다. 20% 이상 저렴하고 음성 및 SMS 등 기본 기능에 충실한 요금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단말기는 사업 초기에는 실용성 위주의 중저가 일반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공급할 예정이나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소비층의 니즈에 맞는 태블릿 등 특화된 단말기를 확대 공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형진 온세텔레콤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산망이 준비될 때까지 단순재판매를 하고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패드 등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단말, 서비스가 분리되면서 보조금 제도가 약화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케이블텔레콤(KCT)도 지난달 1일 이동전화서비스 브랜드 't플러스'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의 망을 빌린 국내 첫 후불 MVNO 서비스로, 별도의 가입비와 약정기간 없이 기존 이동통신사 대비 각각 최소 23~56%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가입자 수는 선·후불서비스를 합쳐 2만2000명 정도다.

t플러스 후불서비스는 표준요금제, 정액요금제, 자율요금제 등 3종류로 구분된다. 표준요금제는 월 기본료 5500원에 음성통화 초당 요금이 1.8원, 문자요금은 1건에 15원인 상품이다. 통화량이 비교적 많지 않은 음성통화 및 문자를 주로 이용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정액요금제는 월 기본료 2만5000원에 250분의 무료통화와 250건의 무료문자를 제공하며, 자율요금제는 월 기본료 5만원에 음성통화와 문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음성통화만 사용하는 경우 약 640분, 문자만 사용할 경우 약 4545건 사용이 가능하다.

장윤식 KCT 대표는 "이 서비스는 기존의 서비스보다 매우 저렴한 이동통신 상품"이라며 "우수한 통화품질을 제공하는 동시에 통화량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어 합리적인 이동통신 소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신 3사로 고착화 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과연 MVNO 사업자들이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최근 통신사 선택시 요금제보다 단말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신규 사업자들은 경쟁력 있는 단말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기존 통신사들의 마케팅과 서비스 품질 등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CJ같은 대기업의 진출과 제4 이통사 등장의 불발로 내년부터 MVNO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 같다"며 "이통사 입장에서도 MVNO의 등장으로 경쟁이 활성화돼 요금인하 이슈가 해소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MVNO는 이통사들이 할 수 없는 특정 계층만을 위한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 가질 수 있고, 이통사는 MVNO와의 제휴로 이런 취약점들을 커버할 수 있다"며 "다만 경쟁력있고 준비된 MVNO 이외 다른 사업자들의 성공 여부는 사실 미지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