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술-담배 '절제의 미'…교황도 '와인' 마셔

2014-08-13     오동현 기자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수난을 당하기 전날 밤 열두 제자들과 함께 한 '최후의 만찬'에서 이 같이 말씀하시며 빵과 포도주를 당신의 몸과 피, 곧 성체와 성혈로 변화시키는 성체성사를 제정했다.

천주교 사제는 미사에서 성체성사가 거행될 때 '최후의 만찬' 당시 예수의 말씀을 그대로 재현하며 축성된 빵과 포도주를 신자들에게 나눠준다. 사제 역시 포도주를 마신다.

여기서 포도주는 사제의 축성 기도에 의해 그리스도의 피가 된다. 신자들은 축성된 포도주를 마심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치하게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천주교에서는 음주를 금하지 않는다. 성경에서도 음주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개신교와 비교하면 음주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관계자는 "성경에 보면 예수님 본인도 금주를 하지 않았다. 가나안 혼인잔치에서도 예수님은 포도주를 먹는 이들과 같이 어울린 것으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십계명에도 금주에 대한 내용은 없다. 천주교에서는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단정짓기 보다는 절제하라고 이야기 한다"고 강조했다.

'소믈리에'라 불리는 와인 전문 웨이터도 원래 가톨릭교회 수도원에서 식기, 빵, 와인을 담당하는 수도승을 일컫는 프랑스어였다.

그 만큼 와인은 바티칸 여행 구매물품 1순위로 꼽힐 정도로 교황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프랑스 와인 '샤또뇌프 뒤 파프' 등은 교황의 와인이라 불릴 정도다.

실제로 사제들도 포도주를 비롯해 약간의 음주는 즐기는 편이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사제들도 종종 있다.



그렇다면 오는 14일 한국을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 시절 음주가무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천주교에 몸을 담은 이후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성자'로 불릴 만큼 검소하고 청렴한 성직자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8월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성지순례를 하러 찾아온 500여명의 젊은이를 만나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앞으로의 세상을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하게 만들려면 많은 해악을 끼치는 기존 문화와 시대흐름에 도전하고 맞서야 한다"며 "술과 담배를 조금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문화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도 와인 만큼은 즐긴다. 추기경 시절에는 아르헨티나산 와인 '알타 비스타 클래식 또론테스'를 특별 주문해 마셨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 담배는 절대 피우지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시절 폐렴 합병증으로 한쪽 폐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전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비흡연자였다. 2002년에는 교황청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킨 바 있다.

반면 역대 교황들을 보면 비오 12세와 요한 23세 등 애연가들도 있었다. 심지어 비오 12세는 폐렴이 심해져 담배를 끊기 전까지 코담배를 즐겼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