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내셔널지오그래픽, 동물 대이동 '위대한 여정'

2011-10-19     김정환 기자

 

아득한 초원과 하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동물들의 대이동은 해마다 새로 쓰이는 대서사시다. 번식과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아, 본능에 이끌려 끊임없이 이동하는 동물들의 험난하고 감동적인 여정은 자연의 경이 그 자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야생동물 촬영전문가 50여개팀이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동물들의 이동을 좇아 7개대륙 20개국에서 3년간 64만㎞ 누비면서 일찍이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던 장면들을 무수히 잡아내어완성한 위대한 여정의 기록이 바로 '위대한 여정'이다.

"하늘을 날든 심해를 헤엄쳐 가든 육지를 달리든, 동물의 이동 본능은 오직 생존을 위해서다. 그들은 이동을 통해 자기 종을 유지하고 번식한다. 그들에게 이동 본능은 뼛속 깊이 새겨져 있어 어떤 위험도 무릅쓴다. 크리스마스 섬의 홍게는 매년 바다를 향해 이동하지만 고생한 보람도 없이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음 해가 되면 또 같은 길을 어김없이 왕복한다. 모나크나비가 몇 세대에 걸쳐 멀고 먼 여행을 계속 하는 것도 자기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동물에게는 이동이 곧 삶이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계속 움직여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수컷 향유고래는 홀로 깊은 바다 속을 배회하다가 일정한 때가 되면 암컷과 새끼들을 만나 무리 지어 이동한다. 탄자니아 북부의 세렝게티에 사는 누는 비가 내리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대평원을 돌면서 이동한다."

"번식은 생명의 존재 이유이다. 번식의 계절이 오면 암컷은 새끼를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되고, 수컷은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킬러가 되기를 서슴지 않는다. 번식을 위해 매년 포클랜드 섬으로 무리지어 이동하는 동물들이 있으니, 코끼리바다표범, 앨버트로스, 펭귄 등이다. 북쪽에서는 태평양 연어가 자신이 태어났던 알래스카의 강과 계곡으로 되돌아온다. 이들은 생애 단 한번뿐인 산란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동부 아프리카 대초원에는 백만 마리에 달하는 흰귀코브영양들이 번식을 위해 모여드는데, 이때 수컷들 사이에서는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잔혹한 투쟁이 벌어진다. 코스타리카 숲에서는 천만 마리에 이르는 군대개미들이 여왕개미와 자신들의 거주지를 위해 밤낮으로 부지런히 먹이를 나른다. 또한 여왕개미의 발정기와 집단 번식기에 맞춰 이동을 한다."

"많은 동물들에게는 이동 경로가 그들의 본질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기억에 의한 것이든 본능에 의한 것이든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나침반에 의한 것이든 이들은 항상 같은 길을 따라 이동을 한다. 한다. 북보츠와나의 얼룩말에게는 비가 곧 생명이다. 그들은 비를 좇아 이동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 마찬가지로 매년 베링 해와 추크치 해 사이를 이동하는 태평양 바다코끼리에게는 얼음이 곧 생명이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 사는 가지뿔영양에게는 눈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들은 봄에는 눈이 녹는 북쪽을 향하고 가을이 오면 눈이 쌓이기 전에 남쪽을 향해 떠난다. 보르네오 섬의 열대우림에서는 거대한 무화과 열매를 쫓아 많은 동물들이 마라톤을 한다. 한편 해양의 복잡한 먹이사슬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와 심해산란층을 이루는 가장 작은 생물 중 하나인 동물성 플랑크톤이 생존을 위해 하루 한 번 이동을 하도록 만든다."

"이동하는 동물들은 먹이를 따라 여행 스케줄이 정해진다. 한 지역에서 먹이가 떨어지면 먹거리를 찾아 하염없이 떠나는 것이다. 코끼리는 한때 북아프리카에 널리 번성했지만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생존자들이 옹색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말리 코끼리들은 먹이와 물을 찾아 사막에서 험난한 여정을 펼친다. 바다에서 가장 대단한 포식자인 백상아리도 위험에 처해 있다. 먹잇감을 찾아 떠도는 그들의 이동도 결코 순탄하지가 않다. 팔라우 섬의 작은 호수에 사는 황금해파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매일 한 번 생존을 위해 수면 위로 이동한다. 미시시피 강 상류는 철새들이 이동하는 계절이 되면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면서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경이 펼쳐진다. 그들 중에는 멸종의 위기에서 갓 벗어난 새들도 있다. 인간에 의한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도 살아남아 개체 수를 늘려 가는 그들의 모습은 인내와 희망의 증표라고 할 수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기획한 '위대한 여정'은 야생동물의 이동과정을 3년에 걸쳐 세계 곳곳에서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잡아낸 프로젝트다. 올해 '뉴스&다큐멘터리 에미상' 촬영·음악 부문상을 받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었다. 카렌 코스티얼·내셔널지오그래픽 엮음, 이영기 옮김, 304쪽, 6만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