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한류 뮤지컬, K팝스타에 의존한 이벤트"
뮤지컬이 드라마·가요에 이어 일본에서 차세대 한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K뮤지컬로 발돋움하기에는 산적한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 공연제작사 쇼치쿠의 프로듀서 히시누마 다에코(57)는 6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의 국제콘퍼런스에서 '일본 시장에서 한국 뮤지컬의 현상과 과제'를 주제로 쇼치쿠가 '한국 뮤지컬 소개를 중단'하고 있는 이유를 밝힌다.
1920년에 설립된 쇼치쿠는 현지 최대 공연제작사다. 그동안 한국 창작뮤지컬 '궁' '미녀는 괴로워' '런투유'(사진) 등을 현지에 소개했다.
히시누마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에서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아직 성장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한국 뮤지컬 초빙의 총 경비는 약 1억엔(약 10억원)으로 약 1만명을 끌어모아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K팝 스타의 캐스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기 스타에 의존한 K뮤지컬은 선천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일본의 공연계는 통상 1년 전에는 기획, 극장을 확보해야 하는데 캐스팅 확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에서 프로모션도 하지 못한다"면서 "한류스타의 일정 정보는 많지 않고 변경도 많다"고 지적했다.
1만3000~1만6000엔(약 13~16만원) 가량의 높은 티켓 가격도 단점이다.
히시누마는 "스타의팬 이외에는 사지 않는다"면서 "이와 함께 스타의 개런티가 너무 높어서 다른 비용을 줄여 퀄리티의 질도 높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 뮤지컬 자체에 대한 팬은 늘지 않고 해당 스타의 팬을 위한 이벤트의 하나가 돼 버린다"는 지적이다.
한국뮤지컬 자체에 대한 팬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제안도 했다. "한국 뮤지컬의 매력을 전하는 TV프로그램 등 꾸준히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높은 퀄리티로 관객을 고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K팝 스타에 대해서는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이 높은 개런티 이상의 의미 있는 체험이 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우수한 연출가·선배에게 배울 수 있는 터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 제작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뮤지컬협회 또는 정부의 계속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