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치권 수사 = '유병언 수사' 출구전략?

2014-08-05     장민성 기자

이른바 '관피아' 척결에 나선 검찰의 칼끝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병언 일가 부실 수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검찰의 출구 전략에 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철도부품 제작·납품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69) 의원을 오는 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의원은 자신의 운전기사와 측근 등을 통해 철도부품 제작·납품 업체인 삼표이앤씨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토해양부 공무원 출신인 조 의원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8월~2011년 8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2012년 4월 제19대 총선 당시 경남 의령·함안·합천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아 출마해 당선됐다.

검찰은 조 의원이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재직 시절은 물론 현역 의원 시절에도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조 의원이 삼표이앤씨가 자체 개발·생산한 철도 레일 자재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의 안전성 문제를 눈감아 주거나 업체 선정 과정에서 철도시설공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검찰은 조 의원을 직접 불러 금품 수수 여부 및 시기와 경위, 대가성과 사용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또 삼표이앤씨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이던 다른 의원들에게도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방침이다.

'해운 비리'에 연루된 새누리당 박상은(65) 의원 역시 이번 주 안으로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의원에게 오는 6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으며, 현재 박 의원 측과 소환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12일 박 의원의 운전기사 A(38)씨는 박 의원 차량 트렁크에 있던 현금 30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이라며 검찰에 신고했다. 이후 검찰은 박 의원 장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금 6억원을 추가로 발견했다. 검찰은 6억3000만원의 뭉칫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보고 돈의 출처를 추적해왔다.

검찰은 박 의원을 소환해 뭉칫돈의 출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나 격려금일 뿐, 불법 정치자금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은 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교피아'(교육+마피아)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교비 횡령 및 로비 의혹이 불거진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SAC)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김재윤(49) 의원을 이번 주 안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 외에도 같은당 A 의원 역시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의원 3명의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신 의원과 김 의원 이외에 나머지 의원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의원 등은 SAC로부터 학교 운영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SAC가 2009년 4년제 학점은행 학사학위 기관으로 지정받은 뒤 학교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평생교육진흥원 임직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김민성(55) 이사장 등 SAC 임직원들을 조사해왔다.

검찰은 수십억원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이사장이 빼돌린 학교 자금을 이용해 평생교육진흥원 등 교육 기관뿐만 아니라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미 김 이사장을 여러 차례 소환해 횡령 금액 및 사용처, 교육 기관 및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며 그 과정에서 "정치권을 상대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의원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번 주 안으로 직접 불러 금품 수수 여부, 액수와 경위, 사용처,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할 방침이다.

이처럼 검찰의 칼끝은 여·야 모두 겨누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이들은 모두 현직 의원 신분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유병언 일가 부실 수사'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를 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 전 회장 검거 실패 등으로 인해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따가운 상황에서 여론의 초점을 정치권 수사로 돌려보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 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을 압박해 잃어버린 국민적 신뢰를 되찾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역 의원에 대한 수사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며 "관피아 척결이라는 명분만큼 검찰 입장에서 좋은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만큼 관련 증거도 상당 부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 속도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야당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검찰이 여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구색 맞추기' 식으로 야당 의원들을 조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의원 역시 이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새누리당 박상은, 조현룡 의원의 검찰소환과 연동해 전형적인 물타기가 아닌가 생각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