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해수부, 매뉴얼 안지켜 여수 기름유출 피해 커져"

2014-08-01     김형섭 기자

올해 1월말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해양수산부가 위기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부실 대응한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2월부터 해양수산부를 대상으로 기관운영감사를 벌인 결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13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1일 밝혔다.

우이산호 기름유출사고는 지난 1월31일 오전 전남 여수시 낙포각 GS칼텍스 원유2부두에 접안을 시도하던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 우이산호(16만4000t급)가 송유관과 충돌해 원유와 나프타 등 유해물질이 바다에 대량 유출된 사고다.

'해양오염사고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해수부는 해양오염 사고 주관기관으로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단계별 경보를 발령해야 하며 '경계'나 '심각' 단계일 경우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를 유지하는 등 각 기관의 사고 대응 활동을 총괄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 초기 해수부는 발암성 물질인 원유와 나프타의 유해성과 취급상 유의사항 등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해양경찰청 주관의 방제 위주로 사고에 대응했다.

특히 해수부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나흘이 지나서야 안전행정부의 요청을 받고 뒤늦게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을 뿐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른 '심각' 등의 경보는 발령하지 않았다.

그 결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 간 협조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사고 다음날부터야 인근 지역주민 등이 동원된 본격적인 해안가 방제 작업이 시작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해수부는 유출된 원유와 나프타의 유해성과 취급방법 등의 정보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방제 작업에 참여한 지역주민들이 작업을 중단키도 했으며 일부 주민은 구토와 두통 증상을 호소해 병원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해수부가 나프타 등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대기 중 농도를 측정한 것은 사고 발생일로부터 일주일이나 지난 뒤였다.

해수부는 또 사고유형에 따른 오염물질의 초기 유출량을 추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해 놓지 않아 사고 대응에 혼선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물질의 유출량은 사고 초기 피해 규모를 피해 규모를 예측하고 사고대응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사고 당사자는 유출량을 축소하거나 늑장보고하려는 경향이 있어 해경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확한 유출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추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사고 당일 우이산호 충돌로 부서진 송유관 소유자인 GS칼텍스는 기름 유출량을 800ℓ로 축소 발표했다.

해수부의 경우 사고 당일 오전에 파손된 송유관 용량을 바탕으로 유출량을 131㎘로 추정해 관계기관에 전파했다가 오후에는 해경이 육안 측정을 통해 추정한 유출량(10㎘)으로 정정함으로써 혼선을 초래했다.

결국 해경이 지난 2월말 최종수사결과를 통해 발표한 기름 유출량은 사고 당일 추정값보다 수십배나 많은 655~754㎘였다. 이후 광주지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등을 토대로 확정한 기름 유출량은 902㎘~1025㎘로 해경 추정치보다도 70% 가량 늘었다.

이밖에도 해수부는 북한의 GPS 전파 교란에 대비, 460억원을 들여 '지상파항법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상용화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장비 암호화 등에 대한 국방부와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아 당초 목표했던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해수부에 매뉴얼에 따른 위기관리 업무를 철저히 하고 사고유형에 따라 유출량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