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회정 사법처리 수순…'구속 가능성 有'

2014-07-31     차성민 장민성 기자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31일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를 사흘째 조사했다.

검찰은 양씨가 자수한 만큼 당초 밝혔던 대로 불구속 수사 방침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영장 청구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지난 30일 밤 양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가능성이 진짜 반, 반"이라고 했으며, 조사 사흘째인 이날 역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예정된 소환 통보시각보다 2시간 정도 빠른 이날 오전 8시께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의 '발'로 불리며 운전기사, 은신처 마련, 수사 동향 전달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양씨는 지난 29일 오전 6시29분께 인천지검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힌 뒤 오전 8시께 자진 출두해 15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양씨에 대해 조사할 부분이 많은 점을 고려해 석방하지 않고 인천구치소에 입감한 뒤 지난 30일 오전 조사를 재개, 13시간 동안 조사한 뒤 귀가 조치했다.

검찰은 사흘째인 이날에도 양씨의 지난 5월 행적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5월25일 새벽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총본산인 경기 안성 금수원 인근의 '야망연수원'에서 홀로 빠져나온 경위, 연수원을 나온 뒤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차량을 버려둔 채 다시 금수원으로 돌아간 과정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 "유 전 회장을 5월24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서 마지막으로 봤다"며 "(연수원을 빠져나온 뒤 전주를 거쳐) 5월25일 오후 금수원에서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59·여)씨를 만났지만 유 전 회장의 도피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금수원에서 만난 '김엄마'와 함께 유 전 회장을 구하기 위해 순천으로 다시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늦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양씨가 전주를 거쳐 금수원이 아닌 제3의 장소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미 구속된 다른 도피 조력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해볼 때 양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양씨의 범인도피 혐의(입증)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수사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또한 유 전 회장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대신 관리해 준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양씨가 범인도피 혐의 외에 다른 혐의를 받고 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또 다른 혐의점을 두고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양씨의 진술 내용과 다른 도피 조력자들의 진술 등을 검토한 뒤 양씨의 신병 처리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도피 조력자들과의 대질 신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당초 검찰은 "양씨가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사 결과 양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거나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등 또 다른 혐의가 드러날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양씨 조사를 끝으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조력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8일 자수한 '김엄마' 김씨와 양씨의 부인 유희자(52)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에 파견된 검사와 수사관 일부를 복귀시키고 회계팀과 계좌팀 등 나머지 인력을 재편해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 비리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해외에서 잠적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 수배가 내려진 유 전 회장의 차남 유혁기(42)씨를 비롯해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지목된 김혜경(52·여) 한국제약 대표와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의 소재를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