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분쟁과 부품공급은 '별개?'
애플, 아이폰5용 모바일 AP 삼성 제품 채택? 특허 소송은 계속··추가 소송 제기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팀 쿡 애플 CEO가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추도식 다음날 따로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눈 사실이 알려지면서 앞으로 두 회사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장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추도식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19일 새벽 "추도식 다음 날 팀 쿡 사무실에 찾아가 2~3시간 고 스티브 잡스와 지난 10년간의 어려웠던 이야기, 위기 극복, 양 사 간 좋은 관계 구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부품 공급은 내년까지는 그대로 가고 2013년과 2014년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삼성과 애플이 부품부문에서 현재 맺고 있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도 삼성이 애플에 지속적으로 부품공급을 하는 문제까지 두 사람이 논의했다는 것은 삼성과 애플이 맺고 있는 장기부품 공급계약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특허를 놓고 소송 중인 두 회사가 부품부문에서 이처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기로 한 배경에는 두 회사 모두 상대방만한 파트너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애플입장에서는 삼성만큼 질 좋은 부품을 적절한 가격에 공급해주는 부품공급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애플 아이폰에 쓰이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칩은 삼성전자가 독점으로 공급해왔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로 PC로 치면 두뇌격인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한다.
그동안 관련업계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전 세계서 특허전쟁을 벌이면서 애플이 아이폰5에 들어가는 A6칩은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의 TSMC에 위탁생산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미 현지 언론들도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소송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지난 7월 "애플이 TSMC에 A6칩의 시험생산을 위임했다"며 "향후 삼성전자가 부품공급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TSMC의 A6칩이 생각보다 수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의 전략제품인 아이폰5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로 국내의 한 언론은 지난 16일 "애플이 아이폰5에 삼성전자에서 만든 A6 쿼드코어 칩을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이후 특허와는 별개로 애플의 아이폰5에 들어가는 모바일 AP로 다시 삼성전자의 제품을 택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소니를 제치고 최대 고객사로 떠오른 애플에 등을 돌리는 것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애플과 무조건 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애플은 올 한해에만 삼성전자로부터 9조원에 육박하는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를 사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이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의 성과는 부품분야에서 협력에 있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분석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부품분야와는 별개로 스마트폰 등 완제품 부문에서의 특허 소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4일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앞으로 제1거래처로서 존중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 분리해서 그런 논리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 역시 이날 귀국길에 "소비자를 위해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 한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두 회사가 현재 세계 각국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 소송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오히려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잡스 사망 후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일본과 호주에서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