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서울 삼성동 '마르코 폴로'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 무엇보다 무드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장소부터 찾아야 한다. 아마 전망이 좋은 곳일 것이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면 없던 사랑도 절로 생겨날 테니 말이다.
서울 강북에서는 종로의 ‘탑 클라우드’(02-2230-3000), 마포 한강변의 ‘카페 아이오유’(02-3275-1151), 여의도 63빌딩 ‘워킹 온 더 클라우드’(02-789–5904) 등을 손꼽을 만하다.
그런데 고층빌딩이 밀집한 강남에는 그런 데가 의외로 드물다. 귀한 곳 중 하나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52층 전층에 터를 잡은 ‘마르코 폴로(02-559-7620)’다.
몇 해 전 분위기 있는 데이트 장소를 찾다 이곳을 알게 돼 가보고 느낀 만족감이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m, 1m 조금씩 높이 올라갈 때 점점 달라지는 뷰는 왜 이 집을 프러포즈의 명소로 꼽는지 잘 알 수 있게 한다.
프러포즈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창가에 앉아야 한다. 경쟁이 늘 피 튀기므로 빠른 예약은 필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집 창가 쪽 자리는 등받이가 높고 반원형 구조인 데다 밖을 바라보게 돼있다. 연인들이라면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딱 달라붙어 앉기에 최적이다.
천장 높이가 6~8m에 달하고 레스토랑 전체가 계단식 구조다. 덕분에 꼭 창가가 아니더라도 한강과 서울 강남의 풍경을 바라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목적이 목적인만큼 가급적 창가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원나라 관직에 올라 17년을 살면서 중국 곳곳을 둘러보고 돌아와 이야기 작가 루스티켈로에게 자신이 동방에서 보고 들은 것을 필록하게 해 ‘여행기 세계 경이의 서’(동방견문록)을 펴낸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1254~1324)에게서 가게 이름을 따온 집답게 지중해 요리와 아시아 요리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삼성동 쪽 전망에서는 지중해, 대치동 쪽 전망에서는 아시아 요리를 주문하면 된다.
음식의 태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싱싱한 해산물과 야채를 이용해 재료 고유의 풍미를 살리는 건강 메뉴들이라는 사실이다.
지중해 요리의 경우 이탈리아, 스페인, 북아프리카 등 지중해 지역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늘, 올리브 오일, 허브를 이용한 음식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모든 음식에 버터를 쓰지 않는다. 라벤더, 타임 등 허브는 주방에서 재배해 사용한다.
‘식전 음식’을 뜻하는 이탈리아식 ‘안티 파스토’, 스페인식 전채 모둠 ‘타파스’, 아랍식 애피타이저 ‘메쩨’를 비롯해 신선한 샐러드와 수프, 직접 구운 피자와 파스타, 해산물과 스테이크 요리가 마련된다.
아시아 요리는 말레이시안 커리 ‘락사’ ‘페낭식 볶음 국수’ 등 아직 낯선 동남아 음식과 함께 다채로운 중식을 선보인다. 전채요리를 비롯해 면과 밥, 해삼과 전복 요리, 신선한 해산물 요리, 홍콩식 바비큐 등 80여 가지 요리를 30년 경력의 베테랑 주방장이 만든다.
오후 9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주말·휴일은 오후 11시30분)까지 심야시간대에는 바로 변신한다. 아름다운 야경을 배경 삼아 와인, 칵테일, 각종 주류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와인 800병 이상을 보관할 수 있는 셀러를 구비하고 있어 소믈리에의 추천에 따라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총면적 1191m²(약 360평)에 230석 규모인 이 집은 홀과 함께 별실 3개, 셰프 테이블 2개, 주방으로 구성된다. 별실은 마르코 폴로의 별명에서 착안한 ‘밀리오네’ 18명, 아시아적 주제로 꾸며진 ‘페킹’(중국 베이징) 16명, 지중해풍 로맨틱한 분위기의 ‘베네치아’가 12명을 수용할 수 있다. 집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한 뒤 양가 부모를 모시고 상견례를 한다면 더 없이 특별한 장소가 될 듯하다.
주방은 투명유리로 처리해 손님들이 셰프의 움직임을 밖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열린 부엌’ ‘살아 움직이는 부엌’ ‘비밀이 없는 부엌’이다. 위생은 당연히 기본일 수밖에 없다. 양 옆 2개의 셰프 테이블에서는 고객 6명이 주방장과 대화를 나누며 요리를 즐길 수 있게 꾸몄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털 서울 파르나스가 운영하고 있어 호텔 직원들이 서비스한다. 하지만 가격에는 부가세 10%만 부과돼 좀 더 경제적이다. 그래도 가격은 건물 높이만큼 높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주차는 코엑스나 그랜드인터컨티넨털 서울 파르나스 주차장을 이용하면 돼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