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주의 종' 깨진 채 납품 '파문'…6년 동안 묻혀 와
광주 민주·인권의 상징으로 제작된 '민주의 종'이 지난 2005년 제작과정에서 깨진 채 납품됐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무형문화재 주철장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는 깨진 부위를 땜질한 상태로 납품했으며 기술감리 과정에서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가 6년여가 흐른뒤 관계자 제보로 최종 확인돼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0월 광주 동구 금남로에 설치됐다가 현재 광주시환경시설공단 내 별도부지에 보관중인 '민주의 종'이 하대에 15㎝ 가량 수직으로 금이 갔으며 외관은 청동 땜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제작에 관여했던 관련 전문가 제보로 드러났다.
민주의 종 제작사인 성종사(대표 원광식·주요 무형문화재 제112호 주철장) 측은 광주시의 확인 요청에 대해 "납품 1개월 전에 금이 간 것을 확인했으나 최초 타종행사까지 제작기간이 부족하고 재제작 때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외관을 용접한뒤 납품했다"며 "광주시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민주의 종을 재제작해 납품할 것이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지난 2005년 10월17일 설치한 민주의 종은 전체 높이 4.2m, 몸체높이 3.3m, 바깥지름 2.5m, 무게 30.5t(8150관) 규모로,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주석청동으로 제작됐다.
종 제작은 문양도안 현상공모를 통해 충북 진천군 소재 범종제작업체인 성종사측이 맡았으며 총사업비는 종 제작비 9억900만원과 종각 건축 5억6500만원 등 총 24억원이 투입됐다.
당시 설계감리를 맡은 서울대 기계설계공동연구소측은 비파괴검사 감리결과를 통해 "종 표면 및 몸체에는 주조결함이 전혀 없이 깨끗하게 주조됐다"고 밝혀 의혹을 낳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05년 11월1일 이후 3년여 동안 깨진 종을 타종해 왔다.
광주시 관계자는 "감리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별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종 제작사가 이른 시일 내 재제작을 추진하기로 한만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완공 이전 재제작을 마칠 계획이고 서울대 연구소도 자기부담으로 재감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의 종'은 광주시가 민주·인권·평화 도시의 상징물로 시민 성금을 통해 제작, 옛 전남경찰청 차고지에 설치됐으며 지난 2008년 이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로 인해 광주시환경시설공단에서 보관중이다.
종의 몸통에는 시조(市鳥)인 비둘기와 5·18 기념탑, 학생독립운동 기념탑, 고싸움, 무등산 입석대 등 광주를 상징하는 4대 비천상(飛天像)이 새겨져 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민주의 종' 글씨가 양각돼 있다.
이 종은 3·1절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8·15 광복절, 광주 시민의 날, 제야에 각각 33번씩 타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