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개표상황표에 '투표분류 종료시각' 삭제 논란

2014-06-02     강세훈 기자

선거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핵심 문서인 개표상황표에 투표지분류기를 통한 분류 종료시각 항목이 삭제 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까지 사용했던 기존 개표상황표에는 투표지분류 개시시각과 투표지분류 종료시각, 위원장 공표시각 등 3개 항목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사용되는 개표상황표에는 투표지분류 종료시각 항목이 빠지고 투표지분류 개시시각과 위원장 공표시각 항목만 기재돼 있다.

이는 개표상황표를 통해 개표가 시작된 시간과 종료된 시각을 알 수 없게 돼, 수(手)개표에 걸린 시간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개표상황표 상에 인쇄·기재된 시각을 통해 수개표에 소요된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빨랐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는 수개표를 통한 육안검사가 허술했음을 자인하는 근거가 됐다. 개표가 사실상 보조수단인 투표지분류기에 의존해 이뤄지고 있음을 드러낸 셈이다.

선관위는 개표상황표에 종료시각 항목을 삭제한 이유를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개표상황표에 투표지 분류 종료 시각을 인쇄한 것은 투표지분류기의 성능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개시 시각과 위원장 공표 시각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개표사무원들이 시간적인 부분을 신경쓰면 본 업무인 개표 작업에 소홀해져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개표상황표를 단순화 시켜 보자는 차원에서 해당 항목을 없앤 것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선관위가 개표부정 의혹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8대 대선 개표상황표를 통해 일부 투표구 개표집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논란이 일자 선관위가 자체 재검표를 실시, 4개 투표구에서 10표 이상(총 86표)의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