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주역 선택 열전, 막 올랐다
전국 각지에서 지방자치의 주역이 될 일꾼 3952명을 뽑는 6월 지방선거의 본선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의 선출정수는 3952명이다. 광역시·도지사 선거에서 17명, 교육감 선거에서 17명이 선출된다. 자치구·시·군의장 선거에서 226명, 광역시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789명, 구·시·군의회의원 선거에서 2898명, 교육의원 선거에서 5명이 선출된다.
선관위 등록절차를 마무리한 후보자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띤 경쟁을 벌이게 된다. 단 공식선거운동일 전날인 21일까지는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된 방법으로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인명부는 23일 확정되고 사전투표는 30~31일 양일간 실시된다. 공식선거일은 다음달 4일이다.
새누리당은 6·4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에 홍문종 사무총장을 선임하는 등 세부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는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황우여 전 대표, 최경환 전 원내대표, 서청원·이인제·김무성 의원, 한영실 전 숙명여자대학교 총장 등이 임명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망라한 매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여파로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문재인·손학규·정동영·정세균 상임고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 계파 수장과 대선주자급 인사들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이른바 '새정치승리위원회'를 꾸렸지만 세월호 사고로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당은 규모를 줄인 '지못미(지키지 못해 미안해) 선대위' 등을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각 지역별로는 선거구도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끌고 가기 위한 줄다리기도 막을 올렸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재벌 대 서민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서민후보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를 재벌후보로 규정하며 이 구도를 형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몽준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도 기업인으로 성공하신 분이다. 표현하자면 부자이고 재벌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벌급"이라며 반격을 가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지하철 추돌사고와 지하철 역내 공기 질 문제를 지적하면서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선거 쟁점화하고 있다.
타 지역에선 세월호 심판론이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화되면서 대체로 여당 후보들은 지지율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반면 야당 후보들에게는 이번 사고가 지지율 상승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체로 야권 지지자들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결집하면서 지지율 상승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그동안 당내 경선 컨벤션효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새누리당으로선 세월호 사고로 암초를 만나게 된 셈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무당층만 증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여야는 세월호 침몰사고의 영향력을 감안한 맞춤형 지방선거 전략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 여당 책임론의 여파를 진정시키면서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전략을 짠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사고로 분노하는 10대와 그 부모들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선대위가 아니라 세월호 대책회의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당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도 "선거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가 대단히 죄스러운 생각이 든다. 선대위가 가장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사과하고 뼈를 깎는 혁신으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이 같은 발언대로 새누리당은 전 국민적 애도 분위기와 정부 비판 여론을 감안해 '조용한 유세'를 기본 기조로 삼을 계획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침몰사고로 분노하는 10대와 그 어머니들의 표심을 확보하겠다는 선거전략을 내놨다.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을 맡은 민병두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는 앵그리 하이틴과 앵그리 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앵그리 하이틴과 앵그리 맘을 통한 '구전 선거운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단원고 피해 학생들과 동년배인 10대들(앵그리 하이틴)이 이번 사고에 따른 분노와 개혁 의지를 자신들의 부모들에게 전달하고, 부모들은 또 노년층인 자신들의 부모와 시부모에게 그 뜻을 전달할 것이란 게 이들의 구상이다.
민 의원은 "앵그리 하이틴이 이번 참사 후에 '가만히 있어라'란 손팻말을 들고 나왔는데 이건 기성세대를 향한 무서운 경고 메시지"라며 "이런 절규가 앵그리 맘의 6월4일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팻말로 이어지면 이번 선거가 집단적 참회의 씻김굿이 돼 우리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시장, 울산시장, 광주시장 선거에선 야권 후보단일화가 변수다.
새누리당 우세 지역인 부산에선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고 광주에선 무소속 강운태·이용섭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에 대항하기 위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에선 야3당 후보들이 합종연횡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지도부가 경선 약속을 깨고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한 것에 항의해 탈당한 강운태 광주시장과 이용섭 후보는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 상 다자구도에서는 윤 후보가 오차범위 이상으로 앞서고 있지만 강 시장이나 이 후보 중 단일후보가 나설 경우 오차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광주시장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에게는 향후 당권 유지 여부를 좌지우지할 분수령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당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고 자신의 측근인 윤장현 후보를 전략공천했음에도 윤 후보가 낙선할 경우 그 후유증은 심각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안 공동대표와 가까운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 상임고문이 윤 후보와 광주에서 버스 유세에 나서는 점도 이번 광주시장 선거 결과의 중요성을 반증하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한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는 연일 토론을 벌이며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다. 단일화 성사 여부가 이번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울산시장 선거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범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영순 후보, 정의당 조승수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이 통합진보당과 단일화에 우려를 표하면서 합의가 깨진 상황이다. 이후 개별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전투표제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전국 규모로 열리는 점도 주목한 만한 대목이다. 투표일이 3일로 늘어난 만큼 젊은층의 투표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야당은 사전투표 독려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년층 유권자들이 결집해 사전투표에 나설 경우 이 제도가 야당에게 오히려 악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