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보복전 발 주가폭락·유가급등·환율상승, 실물경제 전이 막고 파장 대비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벌어진 중동전쟁이 확전일로(擴戰一路)로 치달으면서 미국 지상군의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4~5주 예상했지만 더 오래 할 능력이 있다.”라고 말하고, ‘마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은 “미군의 가장 센 공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밝혀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미군과 이스라엘 외에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에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등 전쟁의 불꽃이 중동 전역으로 튀고 있다. 이란이 원유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았다. 호르무즈해협에선 민간 유조선들이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전쟁이 장기화(長期化)하는 경우 자칫 1970년대 말 오일 쇼크(Oil shock)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장기전으로 비화(飛化)할 조짐이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역내(域內) 미국 동맹국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최정예 부대인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3월 2일(현지 시각)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상 통로로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원유 수송로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27%가 이곳을 지나며 해협 전체 폭 55㎞ 중 유조선 통항 가능 구간은 10㎞ 이내로 모두 이란 영해다. 한국은 중동에서 전체 원유의 약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 안팎을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95%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이에 맞서 미국도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의 백악관에서 역대 전쟁 유공자들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면서 “이란과의 전쟁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4~5주를 예상한다.”라는 발언과도 어감 차이가 상당하다.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에픽 퓨리(Epic Fury │ 거대한 분노)’란 작전명으로 이란을 전격적인 공습과 타격을 가하면서 시작된 중동전쟁이 장기화 우려로 급전(急轉)하면서 국내 경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보복 대응에 따른 ‘중동 리스크(Risk)’가 국내 주식·외환시장에 메가톤(Megaton │ 100만 톤)급의 충격을 가(加)했다. 주식시장은 이란발(發) ‘검은 화요일’ 쇼크에 크게 휘청이고 있다. 6,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KOSPI) 지수는 지난 3월 3일 외국인들의 차익 매물이 쏟아지면서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며 7.24% 급락해 5791.91까지 밀렸다. 452.22포인트 하락 폭은 역대 최대치다. 지난달 2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KOSDAQ) 지수도 4.62%나 떨어진 1137.70까지 밀렸다. 원·달러 환율은 26.4원 급등한 1,466.1원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영향이다. 유가 역시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치솟은 상태다. 두바이유는 7% 가까이 올라 배럴당 76달러를 뚫었다. 시장에선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 배럴당 12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발(發) 초대형 외풍이 국내 주식시장과 환율·유가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안겨주고 있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固着化)하면서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에 큰 부담을 받고 있는 터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에 기대어 간신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무역수지 악화와 수입 물가 급등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렇듯 중동발(發) ‘오일 쇼크(Oil shock)’까지 겹치게 되면 그 충격 여파는 가늠하기조차 힘들고 어렵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은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을 유발할 위험성마저 직면함을 각별 유념하고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天水畓) 대응이 아닌 적극적·공격적으로 선제(先制) 대응에 나서야만 한다.
무엇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원유 공급이다. 정부와 민간이 비축 중인 원유는 2억 배럴이다. 하루 300만 배럴에 육박하는 원유를 소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넉넉하다고 보기 매우 부족한 물량이다. 비축분을 꺼내쓰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수입처 다변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에서는 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고 글로벌 물가도 0.7%포인트 뛸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3월 1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윤진식 회장 주재로 ‘미국·이란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열고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 발생할 수 있는 수출입 물류 리스크와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를 하며 우리 수출입 물류의 국제 해상 운임이 80% 급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유조선 등의 운항 일정을 조정하고 호르무즈해협을 대체할 우회 항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는 경우 한국 에너지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 FT)’는 당장 유가가 5~15% 상승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국제유가는 이미 올해 들어서만도 약 20% 상승했다. ‘JP모건(JPMorgan)’도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면 현재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20∼13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금리 인상을 자극하며 기업 수익성 악화와 성장 둔화, 증시 변동성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0)’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확전 여파로 외환·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저성장 탈출은 요원해진다. 안보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 사태가 북한이 더욱 핵 개발에 매달리는 빌미로 작용하거나 미국이 전략 자산을 중동에 집중시키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태세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도 불안해진다. 유가와 직접 연동된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부터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기름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넷째 주(22~26일)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당 1,691.3원으로 전주보다 3.0원 올랐다. 2주 연속 오름세다. 이번 중동 사태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주요국의 증시(證市)의 하락 폭이 2~3%대에 그친 데 반해 코스피가 7%대 급락한 것도 중동 사태의 ‘약한 고리’로 한국이 지목됐다는 방증(傍證)일 수밖에 없다. 중동발(發) 외부 복합충격은 물가 상승과 수출 여건 악화, 원화 가치 하락, 투자자 이탈 등을 초래하고 올해 2% 성장률 달성마저 위협할 우려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기업 실적 악화에도 만반의 선제 대비해야 한다. 중동에서 진행 중인 주요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일정이 줄줄이 연기된 데다 유가(油價)와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입 물가 상승과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상황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 고유가·고환율 상황이 고착하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이란 사태로 피해를 본 기업을 위한 구제 금융을 준비하고, 중동 13개국에 체류 중인 국민 2만 1,000명을 안전한 인접국으로 이동을 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전쟁 장기화를 전제로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대책 마련에 총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정부는 발 빠른 신속 대응으로 시장 불안을 줄여야만 한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경제의 안전판을 단단히 고정하고 방파제를 높이 구축하는 것은 물론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서둘러 수립하고 경제 상황 전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통제·관리하는 범(汎)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경제 워룸(War room)’을 설치하여 다각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즉각 가동해야만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3일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에 대응해 긴급 시장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잇따라 회의를 열고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는 한편 필요시 대규모 시장안정 조치와 기업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중동 지역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지원을 위해 총 13조 3,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해 다행이다. 일시적 경영난에 빠진 수출 기업에는 정책금융을 통한 패키지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2억 배럴(221일분)의 비축유에 안주하지 말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타 국가와의 원유 공급 협의도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은 타이밍이지만 경제는 심리임’을 각별 유념하고 특히 ‘100조 원 + 알파’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의 내용과 시행 시기도 조속히 알려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고 실물경제로 충격이 전이되는 것부터 원천 차단해야 할 것은 물론, 충격의 파장에 유연한 선제적 대비를 철저히 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