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확전 양상, 장기화 대비 경제 충격 최소화하고 교민 안전에 만전을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에픽 퓨리(Epic Fury │ 거대한 분노)’란 작전명으로 이란을 전격적인 공습과 타격을 가하면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Sayyid Ali Hosseini Khamenei)’가 사망했다.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설을 타격했고, 이스라엘은 테헤란의 정부 청사와 지휘통제시설 등을 공격했다. 이에 이란은 지난 3월 2일 새벽 바레인의 미국 해군함대 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불을 놓은 데 이어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국가들을 겨냥해 드론ㆍ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까지 이란의 보복전에 가세했다. 전선이 미국·이스라엘, 이란 및 추종 세력 간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란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데 따른 ‘보복전’의 불똥이 중동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복’을 선포하고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중동 내 미군 거점을 향한 무차별 공격에 돌입했다. 미군기지 등을 상대로 미사일·드론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의 그림자가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군사작전 과정에서 미군 3명이 사망하자 지난 3월 1일 “그들의 죽음을 복수할 것”이라며 “우리의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이란·이스라엘 등지의 현지 교민과 주재원의 안전부터 챙겨야만 한다. 중동 내 재외국민 안전 확보 노력과 함께 유가·환율 불안 등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는 특단의 위기관리가 요구된다.
과거 4차례에 걸친 중동전쟁이 이스라엘과 일부 민족주의 아랍국가 간 충돌이었다면, 이번 중동전쟁은 미국이 직접 군사행동에 나섰고 중동 주요 국가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훨씬 크다. 친(親)서방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Mohammad Reza Pahlavi)’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을 수립하며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독점하는 사실상 ‘신정(神政) 체제’로 변화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의 지정학적 격변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첫 공습 당시만 해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데다 전쟁 당사국 간의 군사력 격차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의 즉각적인 보복과 친이란 세력의 가세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장기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5차 중동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번 전쟁이 길어지면 세계 경제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SNS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투 작전은 전면적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혀, 전쟁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목표’에 달려 있어 보인다. 군사시설 파괴를 목표로 삼는다면 조기 종결도 가능하겠지만, 정권의 구조적 변화까지 겨냥한다면 불가피하게 정치·군사적 대치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동이 보복전의 수렁에 빠지면서 한국 경제는 메가톤급 악재에 직면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 의존한다. 이 중 95%는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을 지나온다. 아직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동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비축유와 LNG 재고가 충분하다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최우선으로 원유 수입 차질에 대비해 비축량을 점검하고, 수입국 다변화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최장 4주 정도”로 예고를 했지만, 이란이 일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Strait of Hormuz)’ 봉쇄를 무기 삼아 ‘장기 소모전’을 유도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 없는 위기 형국이다. 세계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당장 비상등이 켜졌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미 관세 문제로도 힘겨운 상황에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겹치면서 경제와 산업 전반의 리스크(Risk)가 커지는 양상이다.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는 경우 해상 운임이 최대 80% 폭등하며 한국은 심각한 전력난과 물류 차질에 직면하고 반도체 호황 덕에 2월에도 29% 급증하며 순항 중이던 수출까지 발목이 잡힐 수 있어 충격을 더한다. 당장 에너지 수송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은 2∼3주 뒤에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에 반영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상승하면 세계 평균 물가 상승률을 0.6∼0.7%포인트 끌어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유가는 이미 요동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공습 직후 8% 이상 급등했다. 정부는 7개월분의 비축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힘의 논리’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세계 질서에서 국가적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차제에 에너지 다변화 계획을 실행으로 답할 필요가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당장 유가가 5~15% 상승할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국제유가는 이미 올해 들어서만도 약 20% 상승했다. JP모건 등은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봉쇄되고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면 현재 배럴당 70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20∼13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금리 인상을 자극하며 기업 수익성 악화와 성장 둔화, 증시 변동성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확전 여파로 외환·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저성장 탈출은 요원해진다. 안보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 사태가 북한이 더욱 핵 개발에 매달리는 빌미로 작용하거나 미국이 전략 자산을 중동에 집중시키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태세가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 급변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중동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원유를 사용하는 석유화학, 항공, 해운산업 등의 타격은 물론 전반적인 물가에도 강한 상승 압력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3월 2일 국제유가는 벌써 전날 대비 10% 이상 급등하는 등 크게 출렁이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원유를 사용하는 석유화학, 항공, 해운산업 등의 타격은 물론 전반적인 물가에도 강한 상승 압력이 몰아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하던 방산, 자동차 등의 사업이나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다. 수개월 분량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다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정부는 전쟁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수입 다변화 등 단계별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빈틈없이 수립해야 할 때다.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에 중점을 둔 24시간 외교·안보 위기 대응체계 가동과 시장 모니터링 및 안정 조치에 기민하게 나섰지만, 단기적인 대처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정부는 기업∙금융기관은 물론 동맹인 미국과 긴밀히 소통해 경제∙안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전쟁 장기화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중동 리스크(Risk)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수급 차질로 유가가 불안해지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하고, 원·달러 환율과 물가 상승이 겹치며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자동차 등 국내 기업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해 온 수출과 프로젝트 역시 차질을 빚을 공산이 매우 크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주도 대형 사업과 연구개발(R & D) 프로젝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달러당 1,420 ~ 1,43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세를 찾았던 환율도 걱정이 태산이다. 국제 정세 불안은 달러 강세를 부를 수 있고, 고환율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이날 중동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는 최악의 경우엔 1,540원까지 환율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환율이 수입 제품 원가를 추가로 끌어올려 고물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당국의 적절하고 선제적인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국제 정세가 불안하면 투자 심리도 의당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번 중동발(發) 악재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증시에도 급(急)제동이 걸릴 수 있다. 코스피(KOSPI)가 6,300을 돌파하며 가뜩 달아오른 주식시장도 조정기를 맞게 될 우려가 크다. 이번 중동발(發) 쇼크에 당장 국제 금융 시장이 출렁이고 있어 보인다. 이란 보복과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지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며 주식 매도세가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일 먼저 문을 연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 일본 닛케이지수는 한때 2.7% 급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도 장중 2% 하락했다. 우리 증시는 3·1절 대체휴일로 휴장했지만, 오늘(3월 3일) 개장 때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다행히 ‘비상대응금융시장반’을 가동하고, 필요하면 100조 원 규모로 마련돼 있는 시장안정 프로그램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 태세로 위기에 적극적·공격적으로 선제 대처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는 주말에 이어 어제도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금융 지원과 시장 안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5주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해 놔야만 한다. 지금은 조기 종전 기대를 접고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응책을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강구해야만 할 때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무역수지 악화와 수입 물가 급등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직면하게 된다. 이미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 속에 1,400원대 고환율이 고착화(固着化)하면서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체력)’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터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에 기대어 성장하고 있는데 중동발(發) ‘오일 쇼크(Oil shock)’까지 겹치게 되면 그 충격 여파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은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을 유발할 위험성마저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경제의 안전판을 단단히 고정하고 방파제를 높이 구축하는 것은 물론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 대규모 자연재해 등의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비상계획)’을 서둘러 수립하고 경제 상황 전반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통제·관리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경제 워룸(War room │ 전쟁 시 군 통수권자와 핵심 참모들이 모여 상황을 파악하고 작전을 협의하는 곳)’을 설치하여 다각적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즉각 가동해야만 한다. 가장 우려되는 흐름은 전쟁의 장기화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꾸려진 이란 임시 지도부는 연일 ‘최대 규모’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미군이 주둔하는 주변 페르시아만 일대 국가들의 민간 시설까지 공격하고 있다. 지정학 전문가들은 이란이 공격 대상을 넓히며 길고 소모적인 방식으로 보복을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에너지 수급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당국은 중동전쟁 확대와 장기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비상 대응체계를 촘촘히 짜고, 경제와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해 피해 최소화에 정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하여 매진(邁進)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