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에 집중되는 고용 충격, 적극적 고용 유연성 대책 서둘러 만들어야
코스피(KOSPI)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5,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6,000을 넘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올해 들어 9조 원 넘게 순매도하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이 SK하이닉스 지분율을 5% 넘게 끌어올리는 등 굵직한 호재들이 만발하고 있는 데다 전례 없는 반도체 경기 호황과 자동차, 기계 등 주요 제조업 분야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국내 주요 기업의 체감 경기가 4년 만에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이렇듯 한국의 증시는 연일 활황이고, 수출도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러한 훈풍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냉골이 돼가는 지표가 바로 청년 일자리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24일 발표한 ‘2025년 3/4분기(8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20대 이하의 일자리는 292만 5,000개로 전년 같은 기간 305만 2,000개에 비해 12만 7,000개(-4.2%↓)가 줄었다. 전체 일자리가 2,092만 7,000개로 전년 2,078만 8,000개보다 무려 13만 9,000개(+11.1%↑)나 늘어난 것과는 크게 대비가 된다. 20대 이하의 일자리는 12분기 연속으로 줄고 있다. 이처럼 청년층에 집중된 일자리 한파는 앞서 나온 지표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올해 1월 기준 15세 이상 고용률은 61%로 역대 가장 높았지만, 청년층(15~29세)만 떼어놓고 보면 43.6%에 그쳤다. 코로나19 충격이 닥쳤던 2021년 이후 최저치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인구 감소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올해 1월 기준 20대 인구는 전년 대비 3.5% 줄었지만 20대 임금근로자의 감소 폭은 5.5%에 달했다. 특히 안정적인 일자리로 여겨지는 상용직의 감소 폭은 7.9%로 더 컸다.
이쯤 되면 청년 취업난이 단순히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밖에 불 수 없다. 기업들이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경력직 채용으로 돌아선 지는 꽤 오래다. 경직된 고용구조에 사람 쓰는 비용이 늘고, 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쟁력 없는 교육이 맞물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도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구직 의지까지 꺾인 ‘쉬었음’ 청년이 70만 명을 넘어서고,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의 출현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11일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체 취업자 수는 2,798만 6,000명으로 전년도 2.787만 8,000명보다 10만 8,000명 정도 늘어났다. 문제는 60세 이상 노년층의 취업자 수는 올해 1월 기준 623만 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609만 4,000명보다 14만 1,000명이나 늘었으나 15∼29세 청년들은 올해 1월 기준 343만 4,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기준 360만 9,000명보다 17만 5,000명이나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인구는 올해 1월 기준 15∼29세 청년층에서 46만 9,000명으로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30∼39세 연령층에서도 31만 8,000명에 달해 이른바 2030 세대가 78만 7,000명에 이른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가 구조적이라면 처방도 당연히 구조적이어야만 풀린다.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 채용 확대를 주문하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고 해결이 어렵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화하는 각종 규제를 걷어내기는커녕 늘려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책 기조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월 10일 청와대에서 제5회 국무회의에서 “고용 안정성도 중요한데, 전체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고용 유연성에 대해서도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의 핵심이 뭔지 안다면 대책을 서둘러야만 한다. 지금 이러한 순간에도 청년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음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함은 당연하다.
한편 유럽연합(EU) 주요국이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교육·훈련을 통합한 맞춤형 지원과 법·제도 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 조짐이 이어지는 가운데, 취업지원 중심의 국내 청년정책을 넘어 고용·교육·복지 서비스를 통합한 ‘청년보장(Youth Guarantee)’ 방식으로 정책 틀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청년 특성과 실업 위험 수준에 따른 단계별 지원을 통해 정책 사각지대를 줄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실효성 중심의 통합적 청년 고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월 15일 발간한 ‘해외 청년 고용정책 실태 분석 및 정책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청년이 실직하거나 교육을 마친 뒤 최대 4개월 내 일자리·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청년 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고용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일정 수준의 기회를 ‘보장’한다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EU는 2013년 제도 도입 이후 2,400만 명 이상의 청년이 일자리나 교육·훈련 기회를 얻었고, 청년 실업률도 23%대에서 20% 초반으로 낮아지는 등 일정 부분 개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 보고서는 평가했다. 취업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한 청년들은 직업훈련 등 취업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 니트족(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으로 변하고 있고 이들 니트(Neet) 비율 역시 2012년 13.2%에서 2015년 12.0%로 1.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는 ‘오자모(Ohjaamo)’와 같은 원스톱 서비스센터를 통해 상담, 직업훈련, 취업 연계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을 발굴하고 개인별 상황에 맞는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일랜드 역시 직업훈련 프로그램(VTOS), 유스리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국 단위 센터를 통해 운영하며 취약 청년의 취업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청년 지원 정책의 법적 기반도 체계적으로 마련했다. 핀란드는 ‘청년법(Youth Act)’을 통해 청년의 사회 통합, 평등, 정신건강 지원, 정책 참여 등을 명문화했으며, 아일랜드는 ‘영 아일랜드 2023~2028’ 전략 등을 통해 청년층 고용지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 역시 청년연구소(INJUVE)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의 청년정책을 총괄하고,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추진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독일의 진보 계열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은 “젊고,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더 이상 선호되지 않는다(Jung, top ausgebildet-undnicht mehr begehrt)”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한 바 있는데 실제 취업 준비를 하는 독일 청년들의 좌절과 불안 그리고 장기화한 대기 시간을 생생하게 담았다. 이를 차용(借用)하면, 독일에선 2025년 기준, 30세 미만 청년 고학력자 가운데 약 4만 5,000명이 실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사실 독일에서 최근 2년간 고학력자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2022년에 2.2%였던 것이 2025년 3.3%로 1.1%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다만 이는 아주 낮은 수준에서의 증가이며, 구조적 위기라고 단정하기는 무리다. 독일에서 고학력자의 실업 위험은 비숙련 노동자와 비교하면 약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반복되는 취업 지원, 불확실한 미래, 기다림에서 오는 심리적 소진이 강조된다. 하지만 기사에 등장한 사례들 대부분은 결국 비록 시간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취업에 성공했거나, 다른 진로를 모색하며 만족을 찾고 있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청년 고학력자 위기'라는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 개인의 좌절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곧바로 사회적·구조적 위기로 일반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 청년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취업이 늦어지면 문자 그대로 아예 ‘루저(Loser │ 패자)’가 된다. 첫 직장이 경력의 출발이 아니라 ‘낙인(Stigma)’이 되기도 한다. 마치 어느 대학교에 입학하는가가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리고 취업 실패는 사회의 모순적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무능 탓으로 환원(還元)된다. 그래서 한국에서 청년이 느껴야 하는 절망은 가난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다. “언젠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멈추면 끝이 아니냐?”의 문제로 전전긍긍(戰戰兢兢)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헬조선’ 담론의 정치적 오용이다. ‘헬조선’은‘헬(Hell │ 지옥)’과 우리나라를 의미하는 ‘조선’을 결합하여 만든 신조어로 진영에 따라 좌절한 청년들에게 ‘그래도 네가 스스로 노력하면 된다’라고 응답했는가 하면 ‘분노는 이해하지만, 특별한 대안은 없다’로 회피했다. 그 결과 ‘헬조선’은 정책의 언어로 번역되는 선순환 과정에 이르지 못한 채, 그저 냉소와 혐오의 언어로 고립되어 버리고 말았다. 독일 사례가 보여주듯, 청년 고용의 핵심은 근거 없는 ‘낙관’이나 ‘각성’이 아니다. 청년 세대의 실패가 인생 전체의 붕괴로 누적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회적 복원력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더 노력하라’는 훈계가 아니라, 한 번 넘어져도 다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전한 트랙’을 조성하는 일, 그것이 바로‘헬조선’이라는 만성적 고통의 종지부(終止符)를 찍을 수 있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첩경(捷徑)이다.
통상 청년 고용 지표는 때때로 개선됐다는 신호를 보내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청년들의 체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는 날에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청년들의 막막하고 볼멘 말은 줄어들지 않는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경로다.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첫 경력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한 구조가 비어 있다는 데에서 오늘의 취업 불안은 출발한다. 주요 선진국들은 청년 고용을 단순한 실업 완화 정책이 아니라 ‘이행 체계’로 설계해 왔음을 인정하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학교에서 직업으로, 훈련에서 고용으로, 청년에서 노동자로 넘어가는 과정을 국가가 구조화해 두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독일의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은 기업과 학교가 동시에 청년을 실시 훈련해, 졸업과 동시에 노동시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들은 일정 기간 내 취업이나 훈련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를 통해 청년이 장기간 노동시장 밖에서 머무르지 않도록 직접 개입한다. 일본 역시 신졸 채용과 기업 내 경력 형성 구조를 제도화해 첫 직장 진입을 사회적 관행으로 고정(固定)시켜 왔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첫 경력은 개인의 능력 문제로 방치하지 않고 직접 챙기고 있다. 제도와 기업, 교육 시스템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 안에서 시작한다. 반면 한국의 청년 고용구조는 여전히 ‘대기형’에 가깝다. 대기업 중심 채용 관행이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 기업들은 신입 공채를 줄이고 경력직 채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 전략의 결과이지만, 청년 관점에서 보면 첫 경력을 쌓을 입구가 좁아졌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상당수 청년이 소수 대기업 채용을 기다리며 준비 기간을 늘리고, 그 사이 첫 취업 연령은 점점 늦어만 간다. 취업이 지연될수록 ‘쉬었음’ 상태의 청년들의 숫자만 늘어난다.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와 경력을 찾아 이동하고, 지역 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한다. 그러나 대학과 기업, 지방정부 사이의 연결 고리는 여전히 느슨하다. 청년에게 지역은 ‘머무를 공간’이 아니라 ‘벗어나야만 할 공간’으로 인식되기 쉽다. 지원금과 단기 사업이 반복되지만, 첫 직무 경험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기적 경로 설계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부족하기 짝이 없다.
이제 문제의식과 접근방법이 달라져야만 한다. ‘청년 일자리를 몇 개 더 만들 것인가?’의 양(量)적 확장의 접근을 넘어‘청년이 첫 경력을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도록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 질(質)적 개선이 출발점이 되어야만 한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 청년 고용정책의 핵심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구조적 장치에 달려 있음을 명찰(明察)해야만 한다. 대학 교육과 기업 수요를 연계하고, 지역 기업에서의 직무 경험을 정식 경력으로 인정하며, 일정 기간 내 일·훈련·공공 프로젝트 중 하나와 연결되는 취업경로를 명확히 제시하는 체계가 긴요(緊要)하다. 결국 안정적인 첫 경력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청년은 다시 이동과 이탈을 선택할 뿐이다. 청년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연결의 대상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일시적 동족방뇨(凍足放尿)의 형식적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제공하는 실질적 지원을 하는 것, 그것만이 청년 고용정책이 윗 단계로 올라가기 위한 선행조건이다.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청년의 체감은 쉽게 다가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원(遼遠)할 것이다. 결론은 유독 청년층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고용 충격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극적 고용 유연성 대책을 서둘러 만들어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