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생존 재편’…‘대산 프로젝트’ 1호 사업재편 확정
정부, 금융·세제·인허가 등 맞춤 지원 영구채 전환에 1조…신규 자금 1조원 울산 산단, 샤힌 가동 전 선제적 대응 “협의 결렬 시 공멸하는 수밖에 없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개시했다. 정부가 HD현대케미칼(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과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을 승인하면서 ‘대산 프로젝트’가 1호 사업재편으로 확정된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자구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2조1000억원 이상의 지원 패키지를 내놓았다. 지원방안이 구체화되며, 여수와 울산 등 후속 사업재편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산1호 사업재편 추진현황 및 지원패키지’에 대해 발표했다.
전날인 24일엔 산업부 예비검토 및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재편안이 최종 승인됐다.
이번 재편은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분할하고, 해당 사업장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게 골자다. 이를 통해 11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이 중단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통합 신설법인에 6000억원씩, 총 1조2000억원의 증자에 나선다.
정부는 사업재편에 발맞춰 금융·세제·인허가 등 2조1000억원 규모의 맞춤형 지원에 나선다.
우선 최대 2조원의 금융 지원안이 마련됐다. 가동중단 설비 손상처리에 따른 부채비율 급증을 완화하기 위한 영구채 전환에 최대 1조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설비통합 및 고부가 전환 등을 위한 신규자금 1조원도 투입한다.
이와 함께 전기·열·연료용 액화천연가스(LNG) 등 유틸리티 비용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수입 납사·원유 등 원자재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관세지원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115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업계 요구가 컸던 전기요금의 경우 분산에너지특구 제도를 활용해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가 대산 석유화학 단지를 분산에너지특구로 지정하면서 분산에너지 사업자를 통한 전기 공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4~5%의 전기요금 절감이 예상된다.
더욱이 앞으로 계절·시간별 요금제,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이 시행되면 전기요금 부담은 더욱 줄어들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아직 발표가 안 됐지만 계시별 요금제, 지역별 차등요금제 등 여러 가지 전기요금에 대한 제도가 나오고 있어 더 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 보고 있다”며 “사업 구조조정 개편에 협조한 지역, 어려운 업종이 교차하는 지점은 추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산 사업재편이 확정되면서, 여수와 울산 등 후속 프로젝트의 재편도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울산 산단의 경우 사업재편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정부와 업계는 향후 공급 과잉에 대비해 선제적인 재편 논의를 개시한 바 있다.
내년 상반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에틸렌 180만t 등이 추가로 생산돼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효율 설비부터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산단 내 기존 노후 설비들이 우선적으로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등이 사업재편을 고심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에쓰오일의 의지는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 실장은 “솔직히 협의가 어려운 지역 중 하나”라며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곳도 있으나 (재편)할 수 있도록 저희가 만들 것이고 안 되면 공멸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지난해 4000억원의 적자를 봤던 대산 산단이 2028년엔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양 실장은 “현재 사업재편 기간을 3년 정도로 잡고 있다”며 “예상이지만 기업들과 논의한 결과 2028년엔 흑자를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