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미수' 처벌 없고 재물 취급 받는 반려동물…근본 대책 없나
반려견놀이터 낚싯바늘빵 사건, 동물학대 미수 처벌 '공백' 재물손괴 처벌 한계 뚜렷하고 공중협박죄 성립도 '불투명'
동물학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용의자들을 처벌하는 법규정이 마땅치 않아 실효성 있는 예방과 제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광주·전남에서는 매년 동물학대 신고와 검거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2일 광주·전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부터 이달까지 집계된 지역내 동물학대 신고 건수는 총 1094건(광주 444건·전남 650건), 검거 213건(광주 55건·전남 158건)이다.
광주지역의 경우 동물학대 신고 건수가 2023년 145건을 기록하다 이듬해 155건, 지난해 132건 등 꾸준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벌써 동물학대가 12건이 신고된 가운데 검거 또한 2023년 15건에서 지난해 21건까지 줄곧 오름세다.
전남지역 동물학대 신고 건수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209건으로 동일한데 이어 지난해 212건으로 늘었다. 검거 건수도 2023년 53건, 2024년 57건, 지난해 48건 등 해마다 적지 않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역 내 동물학대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설 연휴 전남 나주 반려견놀이터에 대형 낚싯바늘이 든 빵이 발견된 사건처럼 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미수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법체계에서 반려동물은 정서적으로는 가족으로 인식되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재물'로 분류되고 있다. 민법은 동물을 별도의 권리 주체로 규정하지 않고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반려견 역시 소유·양도의 대상이 되는 재산으로 취급된다.
이 때문에 타인의 반려견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할 경우 처벌의 기준은 동물의 고통보다는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에 맞춰진다. 이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 구조다.
다만 재물손괴죄의 경우 최고형량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한 데다 미수범은 기수범보다 형이 감경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미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적용될 형량은 위험성에 비해 극히 낮을 전망이다.
동물보호법이 가진 맹점도 문제로 꼽힌다. 동물보호법에 따른 학대 행위는 처벌 대상이지만 이는 동물에게 고통을 준 행위를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현행 동물보호법에 '학대 미수'를 처벌하는 명시적 조항이 없기 때문에 실제 상해나 죽음 등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처벌이 제한될 수 있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공중협박죄 적용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성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중협박죄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을 전제로 하고 있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되고 이를 인식해 설치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관련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반려동물만을 노린 행위라면 당장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공중협박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번 나주 반려견놀이터 사건처럼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적용 혐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법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변화와 달리, 법 체계는 여전히 재산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번 사건은 반려 인구와 동물을 향한 테러 시도나 다름없다. 반려견 전용 공간에 위험한 물건을 교묘히 숨겨 버린 뒤 달아났다는 것은 의도가 너무나도 명백하다"며 "동물보호법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동물학대 미수에 그치더라도 위험성과 여파를 고려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사법부도 해당 법을 폭넓게 해석해 동물을 향한 테러 시도가 더는 없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나주시 반려견놀이터에서 낚싯바늘이 박힌 빵이 발견됐다는 글이 게시됐다. 현장을 확인한 나주시는 반려견 놀이터 내 쓰레기통 등에서 낚싯바늘이 박힌 빵 5개를 발견했다.
또 CCTV를 통해서도 14일 오전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사람이 놀이터에 낚싯바늘 빵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버리고 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반려견놀이터를 중심으로 반경 수㎞ 안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를 확보해 낚싯바늘 빵을 버리고 간 용의자를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