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공무원' TF 발표에…공직사회 "안도" vs "과해"
고위공직자 중심 징계요구 89건·수사의뢰 110건 재경부 등 징계없는 곳은 안도…"본연 업무 집중" 무더기 징계 군·경찰 '침통'…"4급 중징계는 과해"
정부가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직사회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조치 대상에 오르지 않은 부처는 안도하며 업무 추진 등 그간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입장인 반면, 고위직이 아닌 공무원까지 중징계 조치를 받은 곳은 과도한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총괄 TF 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 방향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내란 가담자가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공직 내부의 반목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49개 중앙행정기관에 헌법존중 TF를 설치, 공무원들의 계엄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해왔다.
특히 이 중에서도 계엄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군, 검찰, 경찰, 총리실,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 및 기획예산처),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12개 기관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정부는 12·3 비상계엄이 '위로부터의 내란'이었다는 점과 행정부가 헌법 및 법률 수호라는 관점에서 정상적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다.
윤 실장은 "불법계엄이 선포된 직후 각 중앙행정기관에 해당 기관의 고유 기능과 관련된 지시가 일제히 내려졌다"며 "이 과정에서 각 중앙행정기관으로 전달된 위헌·위법한 지시를 구조적으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일부 공직자들의 불법 계엄에 대한 저항 혹은 과잉 협조도 있었지만, 의사 결정권을 가진 고위 공직자들에게서 나타난 행동은 '위헌·위법적인 지시의 우선 이행' 또는 '관망'이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징계 요구의 경우 군 소속 48명, 경찰 22명, 총리실 2명, 외교부 3명, 법무부 2명, 행안부 4명, 문체부 3명, 소방청 2명, 해양경찰청 2명 등이다. 주의·경고는 군 75명, 경찰 6명, 문체부 1명이다. 수사 의뢰는 군 소속 108명, 외교부 2명이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 내부에선 안도감과 당혹감이 교차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가슴을 쓸어내린 곳은 재경부다. 재경부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장관이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쪽지'를 받은 뒤 1급 이상 간부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 부처보다 부담을 크게 느껴왔다.
그러나 조사 결과, 재경부는 조치 대상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부 관계자는 "조사가 소수 고위직을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국장 이하 다수 직원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친 사안은 아니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통일부도 전날 공지를 통해 "통일부 직원들의 불법 비상계엄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불안감이 고조됐던 조사 결과와 조치가 발표된 만큼 그간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고, 국정과제 등 본연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것(내란 가담 공무원)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갈 경우에는 발목이 잡히거나 비판이 계속 있지 않겠냐"며 "앞으로 핵심과제 등 업무에 보다 집중하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로 지연됐던 인사가 속속 단행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한 사회부처 공무원은 "지난해 말부터 사실상 연초 인사가 줄줄이 밀렸는데, 조사 결과가 발표된 만큼 윗선부터 인사가 차례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면 이번 조사 결과 무더기 징계 조치를 받은 군과 경찰은 침통한 분위기다.
국방부는 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인원 180여명을 파악해 이 중 114명을 수사 의뢰했거나 수사 중이다. 또 수사 대상과 중복된 인원을 포함해 48명은 징계 요구, 75명은 주의·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경찰의 경우 22명이 징계 대상으로 계급별로는 총경 이상 19명, 경정 3명이다. 중징계 16건은 모두 총경 이상 고위직이다. 경징계 6건은 총경 이상 3명, 경정 3명이다. 경감 이하는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에 기동단장과 경찰서장도 포함됐는데, 서장 계급은 4급 공무원으로 고위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이런 직급까지 중징계하는 건 과하다. 4급 공무원 중징계는 경찰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계엄 당시 위법한 상황인지 모르고 상부의 지시를 따른 경우 현장에 출동하거나 투입됐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고 징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경찰이나 소방은 계엄에 관여했다기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동한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이들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이번 발표를 끝으로 수사 의뢰가 진행되는 사건들 외에는 감사·감찰 차원의 내란 관련 일제 점검을 원칙적으로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내란 관여도가 높고 조사 대상 범위가 넓은 군의 경우 '내란 전담 수사본부'를 설치해 후속 조치를 이어가기로 하고,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잡음은 지속될 전망이다.
윤 실장은 "공직자가 따라야 할 최종 기준은 상급자의 지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 국민"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정부가 먼저 헌법에 따라 판단하고 제동을 걸 수 있는 책임 있는 행정 시스템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