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으로 44.5% 올린 밀가루값…1785억 추징, 추가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 먹거리 가격 인상 업체 대상 4차 세무조사 착수 제분업체 등 14곳 대상…탈루 혐의 금액 5000억원 달해 독과점 이용 가격 담합…할당관세 혜택받고 가격 올리기도 특수관계법인에 이익 분여 등 사주 일가 부당지원 정황도 1~3차 세무조사로 독과점 업체 등 53곳에 1785억원 추징 판매점에 광고비로 위장한 리베이트 천억원대 지급하기도
#1 밀가루 가공 업체 A사는 다른 제조사들과 사전 모의를 통해 가격을 담합했다. 업체들은 사다리 타기로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는 등의 수법을 통해 담합 기간 동안 44.5%나 가격을 인상했다.
또 담합 업체들은 동일한 금액의 거짓 계산서를 수수하는 방식으로 원재료 매입단가를 조작해 가격 인상에 따른 담합 이익 수백억원을 축소했다. A사가 명예회장의 장례비와 사주가 소유한 고급 스포츠카의 수리비·유지관리비를 대납하는 등 사주 일가를 부당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A사의 탈세 추정액은 1200억원이 넘는다.
#2 간장·고추장·발효 조미료 등을 제조하는 B사는 원재료의 국제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주요 제품 판매 가격을 10.8% 인상했다. 그 결과 수십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25년 수백억원으로 300% 이상 급증했다.
B사는 담합을 통해 부당 이익을 벌어들인 뒤 ▲사주 자녀 소유 법인으로부터 포장 용기 고가 매입 ▲사주 자녀법인에 고액의 임차료 지급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축소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지상에서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먹거리 가격을 인상한 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폭리를 취해 탈세 혐의가 있는 업체 103곳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왔으며, 이번이 네번째 조사 착수다.
이번 조사 대상은 ▲가격담합 등 독·과점 가공식품 제조업체(6개) ▲농축산물 유통업체·생활필수품 제조업체(5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3개) 등 총 14곳이다. 이들의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약 5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검찰 수사 발표로 가격 담합 사실이 드러난 밀가루 제조 업체들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할당관세 혜택을 받고 농산물 가격을 올린 업체도 대상에 포함됐다.
청과물 유통업체 C사의 경우 할당관세 적용 받은 거래처로부터 과일을 저가(8%↓)로 매입하면서도 가격은 오히려 4.6%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재료 가격, 물류비, 인건비 상승 등을 핑계로 가격을 올려 외식 물가를 자극해놓고 사주 일가 등에 이익을 빼돌린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있었다.
전국에 1000여곳의 가맹점을 보유한 D사는 가맹지역본부(지사)로부터 받은 로열티·광고분담금을 신고 누락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축소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의 배우자·자녀에게 수십억원의 급여를 지급해 이익을 빼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과 소속 기관의 직제규정에 따라 물가 안정에 대한 지원 업무는 국세청의 고유 업무"라며 "담합이나 독과점 구조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고, 그에 대한 폭리를 취하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증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9월부터 폭리 취한 103개 기업 세무조사…1785억원 추징
한편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가격 폭리를 취한 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1~3차 세무조사의 103개 사건 중 53개를 종결하고 1785억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추징 대상 업체들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독·과점(3개·1509억원) ▲가공식품·농축수산물·생필품 등(18개·94억원) ▲프랜차이즈 가맹본부(17개·113억원) ▲예식·장례(15개·69억원) 등이었다.
술·아이스크림·라면 등 국민 먹거리를 독·과점하고 있는 업체 3곳의 추징세액 합계가 전체의 85% 정도를 차지했다.
'퇴근할 때 생각나는 인기 먹거리'로 유명한 제조업체 E사는 독·과점 시장에서 점유율과 매출을 높이기 위해 판매점 등에 천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광고비로 변칙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E사는 원재료 구매대행업을 하는 특수관계법인에서 용역을 제공 받으며, 수수료 수백억원을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분여했다. 이 회사가 부당하게 지급한 리베이트 비용과 구매대행 수수료는 제품 가격에 반영돼 가격 인상(22.7%) 요인으로 작용했다.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장례업체 F사는 이용료를 인상했지만, 인건비·지급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5년 동안 1년 매출의 약 97%에 해당하는 금액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됐다.
국세청은 또 지난 1월(3차) 검찰이 기소한 설탕 담합 업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이들 업체들의 탈루 혐의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나 검·경의 조사로 담합 및 독·과점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조세탈루 여부를 정밀 분석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신속히 대처하겠다"며 "할당관세 혜택을 악용한 수입업체와 시장의 우월적 지위(독·과점)를 악용해 가격 인상 및 폭리를 취하는 밀가루·설탕 등 국민 먹거리 가공식품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