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부터 새터민까지"‥중공업 사관학교 '합격'

2011-12-13     김훈기 기자

 
 

대우조선해양, 고졸 신입사원 합격자 110명 발표
일부 고교, 대학 진학 이유로 무성의 대응 '눈살'
 

올 하반기 우리 사회에 학력 파괴 채용이라는 큰 이슈를 던지며 반향을 일으켰던 대우조선해양의 고졸 사무기술직 공채가 110명을 뽑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우조선해양(대표 남상태)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던 사무기술직 공채 합격자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13일 발표했다. 합격자는 애초 계획보다 10% 많은 110명.

이번 합격자를 분석해 보면 특수 목적고, 일반계 및 특성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탈북자인 한겨레고등학교 출신도 있었다. 전국 총 94개 고등학교에서 합격자가 나왔으며 여성 합격자도 22%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 지역 합격자가 전체 27%로 부산, 경남지역 합격자(28%)와 비슷한 수준이며, 제주, 강원도 지역에서도 합격자가 나오는 등 전국에서 고르게 선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애초 100명 정도를 뽑을 예정이었으나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아 계획보다 10% 정도를 더 선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합격자를 대상으로 금주 중으로 신체검사를 실시하고, 내년 1월5일에 이들을 위해 설립한 '중공업 사관학교'의 입학식을 갖고 교육에 들어간다.

중공업 사관학교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들을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자체 전문 교육기관이다.

전용 강의실과 전산 교육장, 체육관, 편의시설 등을 갖추고 인문, 사회과학, 예체능 같은 기본 소양과목부터 설계, 생산관리, 경영 지원 등 전문 실무과정을 교육하게 된다.

남상태 사장은 "합격자들이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지만 채용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과 도전 정신을 이제 중공업 사관학교에서 갈고 닦아 세계 최고의 중공업 전문가로 육성하겠다"며 기대와 자신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번 채용과정에서는 많은 진기록과 에피소드가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은 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채를 널리 알리기 위해 10여개 조로 채용 홍보단을 꾸려 전국 15개 지역 700여개 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설명회를 가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32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원서 접수를 마감하기도 했다.

또한 지원자들의 편의를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됐던 면접의 경우 동원된 차량들의 총 주행거리만 1만㎞에 달했다. 제주도에서 대기업이 진행하는 고졸 신입사원의 면접이 이뤄진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성적보다 면접과 인성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채용 전형에서는 내신 1등급 학생이 탈락하는 이변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관심도 많았다. 일부 학부모의 경우 전화로 또는 면접 장소를 방문해 회사 현황을 문의하기도 했다. 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견학하고는 회사의 규모에 놀라 돌아가기도 했다.

한편 지원자들의 면면을 보면 학생회장 출신만 20여명에 달한다. 영어 실력이 TEPS가 950점이 되는 학생부터 새터민 출신까지 남들이 가지 않은 자신만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지원자들이 많았다.

반변 대학 진학률에 사활을 건 일부 고등학교들의 무성의한 대응은 이번 채용에서 가장 아쉬운 면으로 남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준비중이어서 이런 것을 할 시간이 없다'거나 교사들이 '학부모들이 대학을 가야 하는데 이런 것을 왜 하냐며 이야기해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일선 고교의 경우 대학 진학이 중심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