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의존 외 날개 수출, 궁지에 빠진 제조업 돕고 신산업 혈로 뚫어야

2026-02-04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2026년 새해 첫 달 한국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658억 5,000만 달러로 역대 1월 중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3개 품목이 고르게 성장했고, 미국·중국·아세안·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도 동시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수출 회복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이 205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31.2%를 차지한다. 코스피(KOSPI)가 5,200을 돌파했으나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다. 

산업통상부가 지난 2월 1일 발표한 ‘2026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3.9% 증가한 658억 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작년 같은 달보다 11.7% 늘어난 571억 1,000만 달러로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은 감소했다. 이로써 1월 무역수지는 87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1월 기준 최대 흑자이자 12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다. 특히 이번 실적은 단순한 금액 증가를 넘어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 평균 수출이 28억 달러로 역대 1월 1위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수출 증가의 중심에는 단연 반도체가 있었다. 반도체가 수출 증대의 ‘심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인공지능(AI) 붐과 메모리 가격 급등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면서다. 1월 반도체 수출은 20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2.7% 급증하며 월 기준 역대 2위 실적을 기록했다. AI 서버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면서 반도체는 10개월 연속 ‘해당 월 최대치’를 경신했다. DDR5, NAND 등 주요 메모리 가격도 전년 대비 수백 퍼센트 이상 상승하며 수출 단가 상승을 견인했다. 자동차 수출 또한 21.7% 증가한 60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한몫했지만, 수출 총액 3분의 1(32.2%)에 근접한 반도체만큼은 아니었다. 우리 수출 실적 향방을 사실상 반도체 홀로 좌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반도체 호황은 지난해 정치적 대(大) 풍파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흔들리지 않고 버티게 해준 동력이었다. 하지만 수출 온기가 반도체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건 불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반도체 실적은 여러 변인(變因)에 쉽게 오락가락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전체 수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리스크(Risk)는 커질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대미(對美) 투자 속도를 걸고넘어지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자칫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우리 반도체 산업은 직격탄을 맞고 파장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게 될 공산이 크다. 반도체 편중은 지난해 산업활동동향을 봐도 선명하다. 반도체 생산지수는 13.2%나 늘었는데 건설기성은 16% 이상 주저앉았다. 업종별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하다. 특히 반도체에만 의존한 외 날개 수출은 탄탄한 구조라 할 수 없다.

한편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한국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대표 빅테크(Big Tech)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그룹과 텐센트(Tencent)홀딩스의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흐름이 소프트웨어·플랫폼 중심에서 하드웨어 인프라와 반도체 공급망으로 옮겨가면서, 아시아 기술주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 3일 블룸버그와 국내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며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동시에 불어났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10%, 8% 반등했다. 양사의 시총은 삼성전자 984조 원, SK하이닉스 656조 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비슷한 시간 홍콩 증시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주가는 각각 4%, 2% 내렸다. 이로써 텐센트 시총은 5조 2,900억 홍콩달러(약 982조 원), 알리바바 시총은 3조 640억 홍콩달러(약 565조 원)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시총이 1,640조 원으로, 텐센트와 알리바바 시총을 합한 1,547조 원을 넘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기업 가치 역전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의 진화가 아시아 기술 섹터의 투자 역학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이정표는 AI 투자 열풍이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공급망 중심에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오랫동안 아시아 기술 발전의 상징으로 인식돼 온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압도했다.”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AI 무대에서 한국의 큰 존재감과 대조적으로 중국의 AI 산업 비전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첨단 칩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면서 국산 대체로 점점 더 규정되고 있다.”라고 봤다. 다만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칩의 수급 사이클에 과도하게 노출된 위험이 있는 반면에 중국 인터넷 공룡들은 애플리케이션 측면의 강점이 장기적인 성장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또한 이러한 순위 변화는 두 아시아 국가가 추구한 다른 발전 경로도 부각한다면서 한국이 ‘엔비디아(NVIDIA)’ 같은 글로벌 산업 리더의 핵심 공급업체로 자리매김을 한 데 반해, 중국은 기술 자립 달성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업종별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할 뿐만 아니라 특히 반도체에만 의존한 외 날개 수출은 탄탄한 구조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호황인 반도체로만 지나치게 쏠린 구조는 취약한 실물경기와 일자리 부족, 내수 부진 등은 더 심화했다는 방증(傍證)이기도 하다. 반도체가 끌어온 온기에 안주해 냉골에 처한 산업을 살피지 않는다면 1%대 저성장 기조도 벗어나기 힘들다. 높은 변동성(Volatility)과 외풍에 영향받기 쉬운 경제 구조는 당연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성장률 8.6%를 달성한 대만과의 경쟁은 더더욱 힘겨워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반도체라는 한쪽 날개에만 의존하는 경우 한국 경제는 높이 날 수 없다. 정부는 치열한 구조조정과 정책지원으로 궁지에 빠진 제조업을 돕고 신산업 혈로를 두루 뚫어야만 할 것이다. 특히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수도권·경력자에게 집중되는 ‘K자형’ 성장 함정을 극복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창업 국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