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쇼크’에 요동치는 금융시장, 대외 불확실성부터 철저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현지 시각) ‘케빈 워시(Kevin Warsh)’ 전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Fed) 의장 후보로 지명한 이후 국제 자산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케빈 워시’ 후보자가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라는 평가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발맞출 것이란 예상이 시장에서 크게 엇갈린 가운데, 금·은값과 비트코인이 폭락했다. 「대미(對美) 투자특별법」의 국회 미(未)승인을 빌미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관세 인상 위협을 받는 한국으로서는 이중 삼중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식시장도 지난 2월 2일 연준(Fed)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 발(發) 매파(긴축선호) 쇼크로 폭락 장세를 보이면서 단기 조정 국면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KOSPI)는 장 초반부터 5% 이상 떨어지며 장중 5,000선이 붕괴되고, 코스닥(KOSDAQ) 역시 장중 1,100선 초반까지 떨어지며 최근 ‘불장’으로 챙긴 수익을 반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은 순식간에 ‘위험회피’라는 말로 정리되면서 일각에서는 ‘2월 조정 확정’이란 극단적 예측까지 나오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새해 벽두부터 이어진 상승 흐름을 볼 때 이제 한 번쯤 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코스피가 ‘워시 쇼크’에 5% 넘게 급락했다. 환율과 금·은·비트코인 시장도 요동쳤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도 다시 불거졌다. 대외 불확실성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그 파급효과를 최소화하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할 때다. 지난 2월 2일 코스피는 1.95% 급락하며 시작한 뒤 낙폭을 키우다 5.26%(274.69포인트) 내린 4,949.67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5,000선이 무너진 건 지난 1월 26일 이후 5거래일 만이고, 낙폭은 2024년 8월 5일 234.64포인트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 원 넘게 ‘패닉 셀링(Panic Selling │ 공황 매도)’을 했고, 낮 12시 31분엔 올해 첫 ‘매도 사이드카(Sidecar │ 주식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51.80포인트(4.44%) 내린 1,098.36원에 장을 마쳤다. 진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24.8원 급등하며 다시 1,460원 선을 넘어섰고, 국내 금 시세는 하한가(10%)까지 급락했다. 코인 시장 역시 휘청거렸다. 비트코인은 아시아 시간 기준 오전 77,250달러선까지 밀려나며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주 금요일(1월 30일 │ 현지 시각)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79.09포인트(0.36%) 밀린 48,892.47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9.98포인트(0.43%) 내린 6,939.03, 나스닥종합지수는 223.30포인트(0.94%) 떨어진 23,461.82에 장을 마쳤다. 금(-11.4%)·은(-31.4%) 선물가격이 폭락하며 무려 46년 만에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장중 7만 5,000달러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인공지능(AI) 투자 과열론으로 불안하던 시장에 ‘워시 쇼크’가 변동성(Volatility)을 키운 것이다. 그 결과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추진과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맞이한 ‘코스피 5,000 시대’가 대외 변수 한 방에 속절없이 흔들린 셈이다.
무엇보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사이의 엇박자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해 12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103.1(2020년=100)로 2002년 5월(103.7)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98.5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전월 대비)를 이어갔다. ‘선행지수가 오르면 실물경기가 따라온다’라는 공식이 무너진 것이다. 특히 선행지수 상승은 단기간 불어온 ‘코스피 훈풍’이 크게 기여했다. 선행지수는 재고순환지표 경제심리지수, 건설수주액 코스피 지수 등으로 구성된다. 코스피는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말 종가 대비 2024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코스피 상승률은 75.6%로, 주요 20개국(G20)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동행지수는 주력산업인 건설업 등이 장기적으로 부진해 뚜렷한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두 지수의 장기 디커플링(Decoupling │ 탈 동조화)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동행지수는 내수·수출을 아우르는 일종의 경제성장률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나 동행지수가 하락하고 있다. 내수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고용이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초점을 둬야 할 것은 지표상의 성장률이 아니라 실물경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22.2% 늘어난 1,734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한국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석유화학(-11.4%) 철강(-9.0%) 일반기계(-8.3%) 등 나머지 산업군 수출은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전형적인 ‘K자형 양극화’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우리 경제의 성장 지표는 개선됐으나 고용 유발 효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62만 명으로, 전년 대비 3만 8,000명 줄어들어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했던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고용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이다. 실물경기가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과 달리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은 넘치는 유동성(Liquidity)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실물경제와 선행지수의 유례없는 괴리(乖離) 현상은 우리 경제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정부가 AI 산업 육성과 함께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구조조정과 고부가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게 급선무(急先務)다. 또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유동성(Liquidity)이 생산·투자 등 실물경제로 흘러가도록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 지점에서 ‘조정장 확정’이란 예단은 시장의 결론이라기보다는 투자자들이 불안을 정리하는 방식에 가까워 보인다는 점이다. 장 초반 지수의 낙폭만 놓고 보면 시장이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장세는 확정된 악재에 대한 반응이라기보다는 이를 ‘공포’로 여기는 해석이 앞선 상태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투자자금과 업종별 움직임, 거래량으로 볼 때 흔들리며 방향을 모색 중인 모습으로 ‘공포가 행동으로 전환되는 단계’로 보기는 어려워 보이는 까닭이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호재와 악재, 환호와 공포가 당연히 혼재하기 마련이다. 시장은 늘 먼저 겁을 먹고, 그다음에야 방향을 정하는 속성이 있다는 걸 먼저 깨닫는 게 투자의 정도(正道)다. 정말로 시장이 ‘조정 구간’에 진입했음을 확정하는 단계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긴 호흡으로 향후 추세의 흐름을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완전한 정보에 휘둘려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침착하게 지켜보는 안목과 혜안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주식시장이 최근 ‘불장’으로 조정 가능성과 변동성(Volatility) 확대에 따른 단기부담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국면이 부정적으로 전환 여부의 판단까지 내리기엔 아직은 시기상조(時機尙早)로 보인다.
‘케빈 워시’에 대한 시장의 당혹스러운 반응은 이제까지 그의 이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보여온 행태 간의 불일치(不一致)에서 기인한다. ‘케빈 워시’는 그동안 연준(Fed)의 양적 완화, 즉 ‘돈 풀기’에 반대해 온 인사다. 그러나 ‘제롬 파월(Jerome Powell)’ 현(現) 연준(Fed) 의장에 대폭의 금리 인하를 촉구하며 공공연히 사임 압박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현지 시각) ‘케빈 워시’를 지명하면서 “그는 분명히 금리 인하를 원한다”라고까지 했다. 일단 시장은 ‘케빈 워시’를 ‘매파’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크먼(Paul Krugman)’은 ‘케빈 워시’에 대해 “매파가 아니라 정치적 동물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민주당 정부 때는 긴축통화를 주장하고 경기 부양에 반대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집권 후엔 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지난 2월 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Fed)의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 인플레이션 2%, 연준(Fed) 독립성 유지 등을 ‘케빈 워시’가 달성하기 어려운 3가지 과제로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관세’도 리스크(Risk)가 됐다. 「대미 투자특별법」의 국회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에 상호관세 25%를 다시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 이후 급거 방미(訪美)길에 올랐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1월 31일 귀국하면서 “미국은 이미 관보 게재 준비 등 관세 인상 조치에 착수했다.”라고 전했다. 관세를 무기화하고 동맹국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내 ‘관세 협박’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향후도 대미(對美) 투자 업종 선정이나 투자 집행 속도를 문제 삼아 새로운 요구가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발(發) 대외 불확실성은 이제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된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 정치권·정부·민간의 ‘상호 협력’과‘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의연하고 당당하고 담대하게 임해야만 하고, 국회는 「대미 투자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국익 앞에 여야가 결단코 따로일 수 없다. 대외 불확실성부터 철저히 대비해야만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보호 정책도 꾸준히 병행해 자본시장 ‘펀더멘털(Fundamental │ 기초 체력)’을 더욱더 튼튼히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