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난민신청자 휴대전화 열람, 충분한 설명·자발적 동의 필요"
난민심사 중 휴대전화 제출 요구…'사생활 비밀 침해' 주장 "열람 범위와 방법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 동의 받아야"
출입국항에서 난민신청자의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를 조사할 경우, 열람 범위와 방법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5일 법무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의견표명은 난민신청자 A씨와 B씨가 인천 소재 한 출입국·외국인청의 난민인정 회부 심사 과정에서 법적 근거 없이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받았다며 제기한 진정에 따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두 사람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신청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정보를 확인한 것은 아니며, 난민인정 심사 회부 여부 판단에 필요한 자료라고 보고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 내 정보를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난민법 시행령에 따라 출입국·외국인청장이 난민면담조사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을 질문하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휴대전화 제출 요구 자체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절차적 기준과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을 근거로, 정보 제출·열람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사전 설명과 자발적·구체적 동의, 열람 범위의 명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열람의 구체적 범위나 정보 활용 방식, 사후 권리 행사 방법, 대체 수단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제출 요구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타국의 출입국항이라는 낯설고 위축된 상황에서 체류 결정권을 가진 직원의 요구에 따라 (난민신청자들이) 휴대전화 제출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의 동의는 사실상 강제된 것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기존 결정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진정사건은 기각하되, 향후 출입국항 난민신청자의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를 조사·열람할 경우 세부 절차를 명확히 한 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법무부에 의견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