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활용 동아시아 1위…생산성 향상 속 노동 격차 대응·업무 재설계 필요
대외연 ‘주요국 AI 사용 실태와 한국 현황’ 보고서 韓, AI 사용 비중 3.06%…동아시아서 日 이어 2위 ‘증강’ 방식을 자동화 방식보다 1.6배 더 많이 사용 “AI가 인간 대체하기보다 협업 도구로 활용돼” “일부영역 쏠릴 경우, 산업·직무 간 격차 확대 우려”
우리나라의 인공지능(AI) 활용이 업무 분야에 집중되면서, 전체 사용의 절반 이상이 업무 목적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AI에게 작업을 전적으로 맡기는 자동화보다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는 ‘증강’ 방식 활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AI가 대체가 아닌 협업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컴퓨터·코딩 등 일부 특정 분야에 활용이 집중돼 있어, AI 활용 성과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주요국의 AI 사용 실태와 한국의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집필은 송하윤 국제거시금융실 국제거시팀 부연구위원과 이병준 국제거시금융실 국제거시팀 연구원이 맡았다.
이 보고서는 미국 AI 연구개발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발표한 ‘앤트로픽 경제지표’를 활용해 글로벌 AI 사용 실태와 한국의 현황을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앤트로픽 경제지표는 앤트로픽이 자사 AI 서비스 ‘클로드’(Claude)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 복잡성 ▲인간 및 AI 기술 수준 ▲사용 목적 ▲AI 업무위임도 ▲업무 성공률 등 다섯 가지 차원에서 분석한 지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AI 사용 비중은 3.06%(3만618건)로 동아시아 4개국(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중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AI 사용 가운데 업무 목적 비중은 51.1%로 비교 대상 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본(44.6%), 대만(45.8%), 싱가포르(40.8%)는 40%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업무에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우리나라는 AI에게 작업을 완전히 맡기는 ‘자동화’ 방식(38.8%)보다 인간의 판단을 보완하는 ‘증강’ 방식(61.2%)을 약 1.6배 더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강 방식을 활용하는 비율은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업무 자동화 비율은 지난해 8월 44.5%에서 같은 해 11월 38.8%로 5.7%포인트(p) 하락한 반면, 증강 비율은 같은 기간 55.5%에서 61.2%로 상승했다.
자동화 감소 폭(-5.7%p)은 동아시아 4개국 가운데 가장 컸다. 이는 AI 도입 이후 상당 부분에서 자동화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용도’로의 역할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AI 활용 분야를 보면 ‘소프트웨어 오류 수정 및 성능 개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직업군별로는 컴퓨터·수리직이 25.6%로 가장 높았고, 예술·디자인·미디어직(14.9%), 교육·도서관직(13.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의료 전문직의 AI 활용 비중은 0.7%에 그쳤다.
AI를 업무에 어느 정도 맡기는지를 나타내는 ‘업무위임도’는 우리나라가 평균 3.29점으로 글로벌 평균(3.38점)보다 낮았다.
다만 평균값이 중앙값(3점)보다 높게 나타나, 컴퓨터·코딩 등 사용 빈도가 높은 일부 핵심 업무 분야에서는 AI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연 관계자는 “현재는 컴퓨터·코딩 등 특정 분야에서 AI 활용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다수의 영역에서는 참고용으로 활용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정 분야에서의 적극적 활용 자체는 생산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이런 활용이 일부 영역에만 쏠릴 경우 산업·직무 간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AI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노동 생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나, 작업 성공률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할 때 그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현재의 활용 패턴이 지속될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의 연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1.0~1.8%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AI의 작업 성공률을 감안하면 실제 효과는 1.0~1.2%포인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AI가 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작업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어 단순 업무에서는 탈(脫)숙련화가, 관리·협상 등 복잡한 업무에서는 숙련화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AI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인적자본 투자, 기업 지원, 제도적 기반 구축 등 다층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