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상황 치닫는 청년 고용절벽 위기, 근본적 구조개혁으로 풀어야
올해 최대 경제 이슈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12일 발표한 ‘2025년 12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연간 지급액이 12조 2,851억 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실업난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다. 이전 최고치는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2021년 12조 575억 원이었다. 지난해 12월 구인 배수는 0.39까지 떨어졌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0.39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 수치는 2009년 12월 0.39과 동일한 수준이다. 당시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 한국 노동시장이 사실상 붕괴 단계에 있었던 시기다. 일자리 부족으로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노동 인구가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Pandemic) 때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 수준과 버금간다는 의미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로 커졌다는 것만을 마냥 나쁘게 볼 일만은 결단코 아니다. 실직으로 인한 경제활동 공백기를 메워주고, 재취업을 위한 준비를 지원한다는 고용보험의 기능이 예전보다도 활발하다는 증거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해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도 전년 1,515만 2,000명 대비 18만 2,000명(1.2%) 늘어난 1,549만 3,000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업종별·연령별 고용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384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4,000명 줄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와 조선 등 특정 업종에 치우쳐 있어 전체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서다. 청년층은 이탈하고 고령층만 증가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도 우려스럽다. 29세 이하 가입자는 인구감소와 청년 고용 악화가 겹치며 전년 대비 8만 6,000명 급감했다. 2022년 9월 이후 40개월 연속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가입자는 16만 4,000명 늘어나며 전체 가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부문 일자리가 청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거나 ‘희망 고문’임이 통계로 증명됐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월 15일 발표한 ‘2024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 결과’에 따르면 공공부문 일자리는 287만 5,000개로 전년 287만 3,000개보다 소폭(0.1%) 늘었지만, 정작 29세 이하 청년층 일자리는 40만 6,000개로 전년 43만 5,000개보다 2만 9,000개(-6.7%)나 급감(急減)했다.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공공 조직을 비대화(肥大化)하는 동안, 미래 세대인 청년들은 공공부문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고 밀려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청년 고용 위기를 해결하기는커녕 세대 간 불균형만 심화시키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공부문의 ‘청년 홀대’는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월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서 확인된 ‘청년 고용 참사’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해 12월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20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 2,804만 1,000명 대비 16만 8,000명(0.6%) 증가하였고, 고용률은 61.5%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하였다. 이중 청년(15~29세) 취업자는 349만 명으로 1년 전 360만 2,000명보다 11만 2,000명이나 줄었고, 고용률은 44.3%로 1년 전 44.7%보다 0.4%포인트 뒷걸음질 쳤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636만 7,000명으로 1년 전 612만 6,000명보다 24만 1,000명 넘게 늘며 고용시장을 떠받쳤다. 결국 60%를 넘는 고용률(61.5%)은 ‘세금 알바’로 불리는 노인의 단기 공공일자리로 청년의 눈물을 분식한 ‘통계 착시’에 불과하다.
특히 공공일자리의 질적 저하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 기관의 비공무원 일자리 중 43.0%가 근속 연수 3년 미만의 단기직이고, 1년 미만 초단기 일자리 비중도 20.8%에 달한다. 청년들이 원하고 바라는 일자리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이지, 통계 수치만 채우는 몇 개월짜리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15~29세 청년의 ‘쉬었음' 인구는 41만 1,000명으로 역대 두 번째였고, 30대 ‘쉬었음’ 인구는 31만 6,000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반면 한국 경제 버팀목인 제조업 취업자는 433만 8,000명으로 1년 전 440만 1,000명보다 6만 3,000명(-1.4%)이나 줄어 무려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민간이 활력을 잃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년이 배제된 공공일자리 잔치는 국가 미래를 갉아먹는 독버섯일 뿐임을 각별 유념하고 지금이라도 정부는 ‘세금 주도 일자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통계 분식을 위한 단기 처방을 멈추고, 민간 기업이 투자를 늘려 ‘2030세대’가 원하는 ‘진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에 사활을 걸어야만 한다.
한편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연구원이 지난해 1월 밝힌 ‘2025 대한민국 청년 삶의 질’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4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자살률은 13년 새 최고수준이다. 3명 중 1명은 ‘번 아웃(Burn out │ 심신 탈진)’ 상태로 살며, 빚은 소득의 1.7배에 이른다. 10명 중 3명만이 일자리와 소득을 맘에 들어 하는 등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청년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종합 분석한 첫 보고서로, 19∼34세를 대상으로 건강·여가·고용·임금·신뢰·공정·주거 등 12개 영역, 62개 지표를 살펴본 결과, “청년들이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모를 리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9일 열린 ‘2026년 경제성장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해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2026년 경제성장 전략’ 국민보고회에서 한국 경제가 “과거와 다른 소위 ‘K자형 성장(계층별 소득 성장세 격차로 나타난 양극화)’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며 “경제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특정 소수가 아닌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모두의 성장’을 이번 성장전략의 한 축으로 삼은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처럼 K자형 성장 논란을 언급하며 청년실업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고용절벽에 내몰린 우리 청년의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엄중하게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특단(特段)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고용 문제가 쉽게 풀릴 경제 상황이 결단코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청년실업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왔지만 숫자상으로 취업률 부풀리기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대통령이 강조하니 해당 부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통계 수치로 보여줘야만 했다. 가장 쉽게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은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뿐이었다. 이는 일시적 숫자 채우기에 불과했다. 단기간 인턴으로 일하다 정규직으로 이어지지 못해 좌절만 안겨줬을 뿐이다. 그나마 얻은 일자리들도 업무 수행 능력을 이어받아 키울 수 있는 직무가 아니라 단순 행정 보조와 같이 질이 낮았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典型)이었을 뿐이다. 결국 공공일자리에 의존한 정책은 저임금 단기일자리에 의한 숫자 부풀리기였다는 비난과 함께 실패로 끝났다. 이제 고용정책은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둬야만 한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과거의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또 다른 상투적 처방은 기업들에 채용을 늘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10대 그룹 총수 또는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고용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식의 반복이다. 그러나 기업들에 채용을 독려하는 것만으로 구조적 고용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어차피 기업들은 시장 상황과 경영 여건에 따라 실제 필요한 인력을 채용한다. 정부의 눈치를 보며 뽑는 것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취업난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인공지능(AI)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고용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전문직 영역까지 AI가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자리 감소를 넘어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재편을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과거와 같은 임시방편적 대책으로는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말로만 청년실업을 걱정하고 임기응변식 대책에 의존할 때가 결단코 아니다. 청년 일자리는 국민 삶의 기반이자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탁상행정식 접근으로 해결하려 할 때가 아니다. 산업 생태계의 변화부터 파악해야만 한다. 쇠락하는 제조업과 신규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추산해 교육하고 육성해야만 한다. 그래야 ‘일자리 미스매칭(Mismatching │ 엇박자)’을 줄일 수 있다. 교육제도 전반의 개혁을 서둘러 청년실업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지금 구조개혁의 고삐를 죄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도 청년 고용을 옥죄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 대신 경력직 수시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즉시 현장에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찾는 흐름 속에서 신입 채용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AI 확산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신규 인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청년층 고용 부진이 가져올 부작용에 가일층 경각심을 가지고 관련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만 한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현존하는 이중 구조의 격차를 줄이고 양질의 좋은 일자리를 늘려 나가는 일은 무척 어렵겠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근본 과제임은 분명함을 각별 명심해야만 한다. 청년 일 경험 지원, 구직 촉진 수당 등 기존 대책은 확대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도 더 늦지 않게 유연한 선제 대응 방안을 서둘러 강구 실행으로 옮겨야만 한다.
또한 고령층은 은퇴 이후도 생계와 자녀 부양을 위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고령층 고용 증가는 사회 안전망 부족의 또 다른 단면이다. 여기에 정년 연장 논의까지 본격화되고 있어서 기업의 청년 신규 채용 여력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조차 신입 채용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용시장의 K자형 양극화는 단순한 세대 갈등 문제로 치부할 일이 결단코 아니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소비, 결혼, 출산, 주거 등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외려 낮아진다. 이는 곧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청년층을 위한 신입 채용 인센티브(Incentive) 강화, 중소기업 취업 연계, 직무 기반 재교육 확대, AI 전환기에 맞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전략이 시급하다. 동시에 고령층의 안정적 소득 기반 마련을 통해 생계형 고용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도 서둘러 동시에 병행 추진돼야만 한다. 특히 “K자형 성장의 그늘이 미래를 짊어지는 청년세대에 집중되고 있다.”라며 “고용절벽에 내몰린 우리 청년의 현실을 국가적 위기로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를 각별 유념·명심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41만 1,000명의 15~29세 청년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청년을 위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년 연장 논의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청년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