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물가 상승에 서민 시름 가중, 산업 구조 전환·성장 기반 다변화해야

2026-01-04     류효나 기자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병오(丙午)년 새해 들어서도 서민은 집값·물가 부담의 이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1일 국가통계포털(KOSIS)의 국내 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인구는 116만 1,887명으로 집계됐는데, 주거비 및 생활물가 부담의 가파른 상승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중 경기도로 이동한 인구 비중이 약 20%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까지 누적 기준으로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8.71%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장 집값만 해도 작년에 이어 주택 공급 물량 감소와 각종 규제, 금리 인하 기조에 힘입어 상승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주택 서민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선제 대응이 요망된다.

한국주택협회 등이 설립한 전문 연구기관인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2월 23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2026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서울 집값 상승률은 올해 6.6%에 이어 내년에도 4.2%로, 수도권(2.5%)·전국(1.3%)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2월 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6년 건설·자재·부동산 경기 전망 및 시장 안정·지속가능성 확보 세미나’에서 내년 수도권 집값이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지난 11월 25일 서울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된 ‘2026년 건설·주택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수도권 집값은 올해보다 2.0~3.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 1월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8만 7,354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13만 773가구)와 비교해 33.2% 감소한 규모다. 서울에서는 55.9% 줄어든 1만 6,262가구가 집들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마저도 절반 이상이 하반기에 공급된다. 경기와 인천에는 각각 5만 6,110가구, 1만 4,98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역대급 입주 가뭄에 전세 시장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1월 1일 발표한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 2025년 12월 5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들어 12월 다섯째 주(12월 29일 기준)까지 누적 상승률은 전 년 동기 대비 8.71%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였던 2018년 8.03%와 2021년 8.02%를 뛰어넘어 집값 급등기였던 2006년 23.46%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통상 집값 상승은 전세·월세도 동반 상승하기 마련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 전세가는 연 2.8%, 수도권은 3.8%, 서울은 4.7%, 지방도 1.7%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올해보다 내년 전세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세 상승세도 전년에 이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수도권 전셋값은 4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누적 주간 전셋값 변동률은 2.28% 수준이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2.1%보다 높은 수치다. 서울의 오름폭이 3.68%로 눈에 띄게 높았다. 

무엇보다 서울 25개 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37곳을 10월 16일부터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 지역’으로 묶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아파트를 못 사게 하는‘10·15 부동산 대책’으로 묶는 바람에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된 여파가 크다. 투기 세력을 겨냥한 규제가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무너뜨린 형국이 됐다. 물가도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여전히 상승 압력에 직면해 있어 새해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와 수입 수산물은 올해 들어서도 수입 단가가 지속해서 오를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서민의 집값·물가 부담이 더 커지지 않도록 하려면 정책의 타이밍(Timing)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고환율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가 2.3% 상승하며 4개월째 2%대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 7월 2%대를 기록한 뒤 8월 1.7%로 내려갔다가 9월 2.1%로 반등했다. 이후 10월 2.4%, 11월 2.4%, 12월 2.3%로 연말까지 2%대 상승세가 이어졌다. 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1% 오르며 올해 2월 6.3% 이후 가장 상승 폭이 컸다. 특히 경유 가격은 10.8% 급등해 2023년 1월 15.5%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휘발유 가격도 5.7% 상승해 올해 2월 7.2% 이후 최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제유가가 1년 전보다 하락했음에도 환율 상승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등이 겹치면서 국내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5년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상승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1%보다 0.3%포인트 높았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흐름은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020년엔 0.4%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0.5%보다 낮았지만, 2021년에는 3.2%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2.5%를 0.7%포인트 넘어섰다. 2022년에는 6.0%까지 뛰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5.1%와의 격차가 0.9%포인트로 확대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택 공급 전담 조직인 ‘주택공급추진본부’ 현판식을 갖고 시장에 주택 공급 시그널을 보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서울 지역이 매우 아쉽다.”라며 “서울 유휴부지와 노후 청사를 중심으로 (추가 공급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공공주택의 틀에 갇혀 있어 아쉽다. 민간 중심인 재건축·재개발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서울 도심에서도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실효성 없는 추가 공급 대책은 정책 실기와 다름없다는 점을 각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실제 ‘주택산업연구원’이 예상한 내년 서울 집값 상승률 4.2%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1.8%는 물론이고, 한국은행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2.1%의 2배 수준이다. 서울·수도권 집값은 소득과 물가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데 반면, 그 외 지방에 주택을 보유한 가계는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23일 발표한‘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시총은 1,817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전체 중 비중은 43.3%에 달한다. 이는 부동산 열풍이 한창이던 2020년 8월의 최고점인 43.2%를 넘어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서울 아파트 시가 총액은 서울 지역총생산(GRDP)의 3.0배로, 이 배율 역시 2018년 이래 최고 기록이다. 서울 집값과 실물 경제와의 괴리(乖離)가 확대돼 과열과 쏠림 현상도 여전히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 안정은 환율 안정이 관건인데, 단기 처방 일색이어서 안타깝다. 이날 올해 처음으로 열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8원 오른 1,441.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그간 정부는 사흘이 멀다고 안정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제 1,400원대 후반의 고환율은 ‘뉴노멀(New Normal │ 새로운 표준)’로 자리를 잡고 고착화(固着化)하고 있다. 정공법(正攻法)은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산업혁신과 구조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뿐이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이날 신년사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1.8%로 잠재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반도체 경기에 힘입어 성장을 주도할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 괴리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첩경(捷徑)은 산업 구조 전환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하는 것뿐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전격적인 공격은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에너지 시장의 불안 요인,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안정과 재건 시장이라는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 중심의 관망’을 하며 면밀한 정세분석에 치중하고, 이후에는 사태 진전에 따라‘미국 주도 질서에 부합’하는 선별적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