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첫 민간발사체 ‘한빛-나노’ 지상 낙하, 첫 임무 실패…“원인 파악 중”
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 이륙 30초 뒤 이상 감지…안전 구역으로 낙하 ‘예기치 못한 이상’ 원인 확인 중…최대 동압 구간서 공기저항 못 버틴 듯
민간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의 첫 상업 발사체 ‘한빛-나노(HANBIT-Nano)’가 우주로 향하지 못하고 지상 낙하로 첫 도전을 마무리했다. 한국 최초의 민간 상업발사체 발사 시도였던 만큼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노스페이스는 한국 기준 23일 오전 10시13분(현지시각 22일 오후 10시13분) 브라질 공군 산하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진행된 한빛-나노 발사 임무가 발사체 지상 낙하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노스페이스에 따르면 한빛-나노는 예정됐던 10시13분에 정상 이륙하고 수직 비행 궤적을 시작했다. 이후 1단인 25톤급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이 정상 점화된 뒤 계획된 비행 구간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륙 약 30초 뒤 비행 중 예기치 못한 기체 이상이 감지되며 지상 안전 구역 내 발사체를 낙하시켰다. 이 과정에서 기체가 폭발하는 듯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는 모습이 발사 중계 영상 등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노스페이스가 진행한 발사 생중계 영상에서는 한빛-나노가 최대 동압(맥스큐) 구간을 통과 중이라는 안내가 나오던 도중 예기치 못한 현상이 감지됐다. 아직 구체적인 임무 실패 원인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발사체가 대기 중에서 공기 저항을 최대로 받게 되는 지점에 들어선 뒤 이상이 발생한 만큼 이를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노스페이스는 안전이 확보된 구역 내에서 발사체가 지면에 충돌한 만큼 인명 및 추가 피해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브라질 공군과 국제기준에 따른 안전 체계를 설계 의도대로 수행해 안전 절차에 따라 임무를 종료했다. 이노스페이스는 현재 발사 임무 종료 원인을 확인 중이며, 확보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추후 공유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한빛-나노 발사는 최적의 발사 여건을 맞추기 위해 수차례 연기된 끝에 진행됐다.
지난 18일(현지시각 17일) 첫 시도는 일부 장치 이상으로 불발됐다. 당시 발사를 위한 막바지 점검 절차 중 1단 산화제 공급계 냉각장치에 이상이 감지됐고 부품 교체를 위한 시간 확보를 위해 일정이 연기됐다.
20일(현지시각 19일) 두번째 시도는 발사체 기술 점검사항 때문에 중단됐다. 먼저 발사체 지상 전력 공급계 이슈로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에는 2단 액체 메탄 탱크에 장착된 배출 밸브의 간헐적인 미작동 상태가 발견되면서 발사가 중단됐다. 해당 밸브는 예비품으로 교체를 마쳤다.
이후 23일 새벽 3시45분 재차 도전에 나섰으나 발사대 인근에 시간당 3㎜ 이상의 비가 예상되며 오전 10시로 발사를 미뤘고, 기상 상황으로 인해 오전 10시13분으로 일정을 최종 조정했다.
이노스페이스는 한빛-나노의 첫 상업 발사인 이번 스페이스워드(SPACEWARD) 임무를 통해 국내 민간 기업 최초로 고객 위성을 고도 300㎞, 경사각 40도의 지구 저궤도(LEO)에 투입하고, 실험용 탑재체의 고객 임무도 동시 진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이노스페이스는 90㎏ 이하 소형 위성 전용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단가를 낮췄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급증한 소형 위성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우리나라의 첫 민간 상업발사체였던 만큼 한국의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의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클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한빛-나노의 첫 도전이 지상 낙하로 종료되면서 완전한 뉴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은 숨고르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 주도로 이뤄졌던 나로호, 누리호 발사 등도 초기 실패 이후 수년간의 개선을 걸쳐 신뢰성을 확보했던 만큼 이노스페이스의 한빛-나노도 이번 첫 임무 실패 이후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