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초 반도체 기술 유출’ 中 창신메모리 10명 기소

창신 세계 4번째 D램 양산…삼성인력 영입 위장회사 입사·출국금지 등 수사 대비 "삼성 작년 매출 감소만 5조원 달해"

2025-12-23     박두식 기자
▲ 김윤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12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세계 1위 K반도체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가핵심기술 중국 유출사건에 연루된 전직 임원 등 한국 국적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었던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개발실장 등 핵심 개발인력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위반(국가핵심기술국외유출등)죄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파트별 개발책임자 등 나머지 5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중국지방정부가 2조6000억원을 투자한 중국 최초·유일의 D램 반도체회사 창신메모리는 개발 전과정에 걸쳐 세계 최고의 국내 반도체 핵심기술을 부정사용해 중국 최초(세계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검찰에 따르면 창신메모리 '1기 개발팀' 개발실장이자 한국 삼성전자 부장 출신이었던 A씨, 투자담당이자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이었던 B씨는 2016년 9월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인 18나노 D램 공정정보를 불법취득하고 D램 개발에 부정 사용했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당시 세계 유일의 10나노대 D램 공정기술로, 수백 단계의 공정정보가 기재된 핵심정보였다.

삼정전자 임원 출신인 창신메모리 '2기 개발팀' 실장, 개발팀장과 수석 등은 1기 팀으로부터 18나노 D램 공정정보를 전달받고, 2018년 2월부터 2023년 초까지 중국 설비에 맞도록 수정·검증해 D램을 개발했다.

창신메모리 클린공정 담당 관계자는 2020년 6월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국가핵심기술인 D램 공정정보를 불법취득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A씨에 대한 반도체장비기술 유출사건 수사 중 그가 창신메모리 근무 당시 기술을 유출한 정황을 발견해 직접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창신메모리가 설립 직후부터 삼성전자의 핵심인력 및 기술정보 확보를 계획하고,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국가핵심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정황 등 개발과정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중국 현지에서의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2016년 5월 설립된 창신메모리는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각 공정별로 삼성전자 핵심인력을 영입, 단기간 내에 D램 개발을 완성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위장회사를 통한 입사 ▲인근 도시를 경유해 입국 ▲귀국시 핸드폰 및 USB 등 반납 ▲주기적으로 사무실 변경 ▲중국 이메일 사용 ▲항상 주위에 국정원 등이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토록 지시 ▲출국금지·체포시 암호 전파 등 향후수사에 철저히 대비했다.

지난해 1월 기소된 A씨는 1심 재판에서 기술유출 역대 최고형량인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또 삼성전자 핵심연구원이 2016년 9월 창신메모리로 이직하면서 수백 단계의 10나노대 D램 공정정보를 자필로 베껴 적어 유출했고, 창신메모리가 이를 통해 당시 세계 유일의 10나노대 D램 공정기술을 통째로 확보한 사실도 발견했다. 중국에 체류 중인 해당 연구원은 현재 인터폴 적색 수배가 진행 중이다.

이들 일부는 삼성전자 퇴직 직후 몇 년간 이직을 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일반취업비자를 받아 창신메모리가 설립한 위장 비료 회사에 입사한 뒤 이직 금지 기간 종료에 맞춰 창신메모리에 정식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최고실장급의 경우 최대 30억원을 지급받는 등 기존 연봉의 적게는 2배에서 3~4배를 받고, 계약금으로 1년치의 연봉을 지급받거나 주거비·자녀 국제학교 비용 등을 지원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중국 현지 범행은 증거 확보가 불가능해서 현재까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은 없다"면서도 "현지 근무 직원들에 대한 장기간 진술 청취를 통해 세세한 개발 과정을 재현했고, 그 과정에서 개발 자료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창신메모리가 본건 범행을 통해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고, 전세계 점유율 변화를 근거로 추정한 삼성전자 지난해 매출액 감소만 5조원 상당일 것으로 봤다.

검찰은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의 규모(전체 수출액 중 20.8%) 등을 고려하면 향후 국가경제에 발생하는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외에서 이루어진 기술유출범죄라도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진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파하여, 향후 국가핵심기술의 국외 유출범행 방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