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이종섭 도피' 尹 前 대통령 기소…"VIP 격노 수사 우려"
특검, 이종섭 도피 의혹 수사 결과…尹·박성재 등 재판행 특검 "尹, 이종섭 수사 진전시 자신 수사 대상될 것 우려"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 개입…졸속 인사검증·출금해제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해 해외로 도피하게 한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피의자 6명을 기소했다.
특검팀은 27일 윤 전 대통령을 범인도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은 수사외압 의혹 피의자로 공수처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호주대사에 임명한 뒤 출국·귀국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 도피 의혹은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하면서 불거졌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23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장관직 탄핵을 추진하자 같은 해 9월 사임했다.
이 전 장관은 사임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에 전격 임명됐다. 당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외교부는 임명에 따른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공수처의 반대 의견에도 3월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3월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대사에 임명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3월 29일 사임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관련 특검 요구가 거세지자 2023년 11월 19일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VIP 격노' 전화를 받은 이 전 장관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을 우려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외교부·법무부·대통령실은 이 전 대사의 호주대사 임명·출국 과정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사전에 이 전 장관 임명을 적격 결정한 상태에서 공관장자격심사를 진행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허위 기재된 자기 검증 질문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문제 없음' 취지로 인사검증 통과를 결정했다. 또한 법무부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과정에 관여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은 범인도피 혐의 공범으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실장은 호주대사의 임기가 남아 있고 교체 사유가 없는데도 공관장 정기 인사가 끝난 시점에서 외교부를 대상으로 호주대사 교체 절차를 진행을 지시·독촉한 혐의를 받는다.
조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23년 12월 5일 당시 외교부 1차관이었던 장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을 1월까지 호주대사에 보내는 절차를 착수하라'고 했다.
장 전 실장은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부임하면 발생할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모로코대사와 임명 절차를 동시에 지시하도록 했다. 그는 당시 외교부 소속 인사 담당 공무원에게 "호주하고 모로코하고 엮어서 빨리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외교부 소속 인사 담당 공무원들은 미리 적격으로 기재한 공관장자격심사위원회 심사결과서에 심사위원의 서명만을 받아 형식적으로 자격심사를 진행했다.
2003년 이후 군 출신을 호주대사에 임명한 전례가 없었던 점, 비외교분야 인사가 호주대사로 임명된 것도 처음인 점, 전임 호주대사의 임기가 2년 정도 남아 있었고 교체를 고려할 귀책 사유도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은 이례적인 일이었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이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검증을 지시하자 이를 이행하고, 부실한 검증을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비서관은 법무부 인사검증보고서 일부 내용이 이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공직기강비서관실 검증보고서를 최종 승인해 인사 검증을 통과 결정했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출국금지 해제와 출국금지심의위원회 의결에 관여할 수 없음에도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윤 전 대통령이 출국금지 상태인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강행하자 이틀 뒤인 3월 6일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 해제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기 전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하기로 사전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이튿날인 3월 7일 법무부에 '현재 수사 진행 중으로 적시 증거확보와 소환조사를 위해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박 전 장관은 출국금지를 해제하라고 다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특검팀은 출국금지 해제에 관여한 이 전 본부장은 범죄규명에 조력한 사정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