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공수처장·차장 등 지휘부 기소

특검, 김선규·송창진 전 부장검사 불구속 기소 공수처장·차장 직무대행 맡아 수사 방해 혐의 '수사 방치' 오동운·이재승 공수처 지휘부 기소

2025-11-26     박두식 기자
▲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의 정민영 특검보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 2명을 기소했다. 또한 '제 식구 감싸기' 의혹과 관련해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차장검사,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전직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26일 김선규 전 수사1부장검사와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당시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공수처장 직무대행이었던 김 전 부장검사가 수사팀에게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채해병 사건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한 지난해 5월 2일 순직해병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튿날 수사팀에게 "어서 소환하라, 막 소환하라, (대통령께) 특검법 거부권 명분을 만들어 드려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공수처 차장검사 직무대행을 맡으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지난해 6월 중순경 대통령실, 국방부 장관·차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청구 필요성을 소명한 수사보고서와 함께 압수수색 영장청구서 결재를 송 전 부장검사에게 요청했다.

송 전 부장검사는 수사팀의 요청에 "채해병 수사외압 사건은 사실관계가 모두 입증되더라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영장 청구를 반대하며 결재를 거부했다고 한다.

공수처의 대통령실·국방부 장관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지난 4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이후에 진행됐다.

특검팀은 통신내역 보존 기간이 1년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공수처의 수사는 외압에 의한 방해로 증거 수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수사외압 사건이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증거 소실, 관련자 진술 오염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봤다.

또한 특검팀은 이들이 공수처장·차장 직무대행을 맡은 지난해 1월 9일부터 같은 해 5월 20일까지 수사팀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통신허가 청구 등 1건의 강제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 또한 지난해 총선이 보름이 지난 같은 해 4월 25일까지 소환조사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수사외압 사건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출국금지 해제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 수사외압 사건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자 수사팀에게 출국금지를 풀어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 전 부장검사는 사건 피의자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지난해 총선에서 출마한 뒤 언론에 의해 출국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수사팀에게 "출국금지를 연장하지 마라"고 했다.

다만, 특검팀은 당시 출국금지 해제 조치가 수사팀 반발로 진행되지 못해 미수에 그쳐 따로 처분은 하지 않았다. 

송 전 부장검사에게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몰랐었다'고 위증한 혐의를 받는다.

국회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에 오기 전인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송 전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을 몰랐을 리 없다며 지난해 8월 위증 혐의로 그를 고발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6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팀 보고, 대변인실 정례브리핑 보고, 국회 질의답변 등을 통해 같은 해 7월까지 이 전 대표 관련 내용을 보고받아 알고 있던 사정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들은 주어진 권한을 악용해 공수처 수사가 대통령에게로 향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공수처 수사권을 사유화·정치화하고, 권력형 비리 사건 등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처리를 목적으로 국민의 염원을 담아 출범한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과 관련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오동운 공수처장, 이재승 차장검사, 박석일 전 수사3부장검사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공수처법에 따라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1년 동안 미뤄지다 지난 7월 특검이 공수처로부터 관련 사건을 이첩받으면서 재개됐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가 고발된 사건 가운데 반복성 민원 등 각하가 명확한 사안을 제외하고 통상 2~3개월 안에 대검에 모두 통보했는데, 해당 사건만 이첩하지 않았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국회 법사위의 고발에 따라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은 지난해 8월 19일 당시 수사3부장이었던 박 전 부장검사에게 배당됐다.

박 전 부장검사는 해당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고발장 접수 이틀 만에 무혐의 결론을 전제로 '공수처 간부들의 타기관 조사대상화를 방어하고, 공수처 지휘부를 향한 외압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건을 대검에 이첩해서는 안 되고, 수사도 진행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오 처장과 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특검팀은 오 처장과 이 차장이 '공수처 검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타기관에 이첩하지 않는 것은 법령에 반하는 부당한 사건 처리인 점을 알고도 사건을 대검에 통보하지 않고 다른 검사에 재배당하지 않는 등 사실상 수사를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0월 사건 주임검사인 박 전 부장검사가 퇴직한 이후에도 사건을 이첩하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사건을 당사자인 송 전 부장검사 휘하에 있던 검사에게 재배당했다.

이 차장은 지난해 11월 송 전 부장검사에게 '부장이 피의자인 사건을 배당하는 것이 걸리지만 일단 갖고 있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고, 오 처장은 사건을 송 전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수사2부 검사에게 재배당했다고 한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특검팀에 이첩하면서도 박 전 부장검사가 작성한 수사상황보고 문건 중 '처장·차장과 상의해 지휘부의 지침에 따른 부분'이라는 문구를 가림 처리해 이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공수처가 사건을 미이첩·방치한 동안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관련 2023년 6~7월경 이 전 대표와의 연락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통화내역은 1년이 경과돼 소실됐고, 송 전 부장검사가 재직 당시 사용한 업무용 PC 자료 역시 퇴직 후 폐기되어 확인할 수 없었다"며 "국가의 기능인 국가형별권을 저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단순히 불성실한 직무수행을 다 범죄로 의율할 순 없다"면서도 "저희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확보한 객관적 자료를 보면 불성실한 일처리를 넘어 법령을 의도적으로 방기하면서 의사결정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