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로 교사 10명 중 9명 스트레스·불안 늘었다
교사노조·전교조·교총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 "유대감 약화, 학생은 위축" 교육부 개선안엔 "너무 늦어 더 혼란"
교원 3단체가 교사 40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은 고교학점제로 인해 불안과 스트레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1월 4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4060명의 교사가 참여했다.
응답자의 90%는 고교학점제로 과목 선택에 대한 고민에 학습 불안과 진로 스트레스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동수업 증가로 인한 유대감 약화에는 87.3%, 미이수제로 인한 학생 낙인과 정서적 위축에는 83.5%, 사교육 확대와 지역 격차 심화에는 87.4%, 자퇴 등 학생 이탈 영향에는 85.3%가 동의했다.
또 97.2%는 학생마다 선택과목이 달라 반 편성이 어렵고 97.8%는 공강 등 고려사항이 많아 시간표 편성이 어렵다고 느꼈다. 학급 개념이 거의 사라져 공동체 생활에 대한 지도가 어렵다는 질문에도 92%, 지역 또는 학교 간 교육 격차가 심해졌다는 질문에도 95.8%가 동의했다.
반대로 고교학점제로 진로·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질문에는 78.2%, 과목 선택을 통한 학습 동기 유발에는 82%,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로 인한 긍정적 효과 발생에는 90.9%, 학업에 대한 책임감 86.8%, 학생 성장과 발달에 긍정적 영향에는 87.5%가 동의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과목 선택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90.6%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과목 선택 부담 및 조기 진로결정에 대한 압박, 80.9%가 입시에 유리한 과목으로의 선택 쏠림, 38.9%가 원하는 만큼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지 않는 학교 상황 등을 선택했다.
응답자 중 59.9%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대상 학생이 있었다고 했다. 또 교사 51.5%는 6년 이상, 39.5%는 3년 이상 학생의 학습 부진이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지난 9월 교육부가 내놓은 고교학점제 개편안 관련, 77.1%는 2학기 최성보 유연화 방안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수업 교시별 출결 처리 권한을 과목 담당 교사와 담임교사에게 동시 부여한 제도에 대해서는 63.1%가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공통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 기재 분량을 줄인 것에 대해서는 77.5%가 필요한 조치였지만 발표 시기가 너무 늦어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고 했다.
학점 이수 기준에 대해 55.2%는 폐지를, 31.7%는 과목 출석률만 적용을 선호했고 현행 유지는 8.7%에 그쳤다. 졸업 기준은 72.6%가 출석일수만 적용하자고 했다.
교원 3단체는 ▲최성보, 미이수제 폐지 ▲진로·융합 선택과목 절대평가 전환 ▲교원 정원 확보 ▲학습 결손 학생을 위한 실질적 책임교육 대책 마련 ▲국가교육위원회에 교사 목소리 반영할 논의 구조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의 현실을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 탁상 위 논의로는 학교와 학생들을 살릴 수 없다"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현장과 동떨어진 논의를 멈추고, 학교의 현실 위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