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정자원 화재, 전원 차단 않고 작업해 발생했다"

UPS 전원·BPU 모든 전원 차단해야 함에도 미이행 '관리 감독 소홀 책임' 이재용 원장 등 10명 입건 불법하도급·재하도급 업체 5곳 10명도 함께 입건

2025-11-25     박두식 기자
▲ 10월 1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현장에 설치된 외부 냉각 침수조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학작용으로 인한 기포가 올라오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와 관련해 작업자들이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을 벌여 불이 났다는 결론이 나왔다.

대전경찰청은 25일 오전 10시 설명회를 열어 "배터리 이설 작업 중 발생한 화재는 관련자 진술과 압수물 분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종합하면 작업자들이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절연 작업도 하지 않은 채 진행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8번까지의 배터리 랙 상단 컨트롤 박스(BPU) 전원을 모두 차단한 뒤 작업해야 하지만 BPU 전원을 차단하지 않았고 작업자들의 인위적 행위로 발화했다고 판단, 감정 결과를 지난 19일 경찰에 전달했다.

화재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재연 실험 비교 결과 섬광 유무, 비산 유무, 연기의 색 등을 감안하면 배터리 열폭주에 기인한 화재 가능성은 배제된다고 봤다.

경찰은 UPS 시스템에 연결된 배터리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UPS 본체 전원을 차단하고 연결된 각각의 BPU 전원도 차단해야 함에도 작업자들이 UPS 본체 전원과 BPU 1번 랙 전원만 차단했으며 컨트롤 박스에 부착된 전선을 분리하지 않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작업 시작 전 슈퍼바이저가 모든 BPU 전원을 차단하고 절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BPU 1번 랙 전원만 차단했다. 하지만 이때 사다리를 가지러 갔던 작업자 2명이 설명을 듣지 못했고 돌아온 작업자들은 나머지 BPU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있던 시공업체 소속 현장소장 역시 이 부분을 못 들은 작업자들에게 설명해야 했음에도 설명 없이 그대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국정자원 이재용 원장 등 국정자원 관계자 4명에 대해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입건했다.

또 재하도급을 받은 업체 소속 슈퍼바이저를 비롯해 실제 작업자 2명 및 현장소장 등 시공업체 직원 3명, 감리 업체 직원 2명 등 총 10명이 입건됐다.

경찰은 실제로 작업한 작업자들이 조달청으로부터 낙찰받은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 소속인 것을 확인해 업체 5곳 10명을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달청으로부터 공동이행 방식으로 30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한 업체 2곳이 시공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줬고 이 업체가 다른 업체 2곳에 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공업체 소속 작업자 2명은 파견 형식으로 작업에 참여했으며 현장소장은 퇴사 후 수주받은 업체 소속으로 입사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정자원 측은 경찰에 작업자들 모두 수주 받은 업체 소속인 줄 알았으며 불법 하도급 및 재하도급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대현 형사기동대장은 "업무상실화 사건과 전기공사업법 위반 사건에 중복 입건된 슈퍼바이저를 포함해 총 19명을 입건한 상태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다음 달 중 사건이 마무리되면 송치할 예정"이라며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작업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고 불법 하도급 및 명의 대여를 받은 업체와 사람에 대한 행정 처분 규정이 없어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