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커와 만든 도박사이트 국내 유통…총책, 1심 징역 5년 선고
'대남 사이버 공작거점' 소속 北 해커 접촉 235억 벌어들여…70억은 北 정권 상납 추정 法 "상납시 北 통치자금으로 사용될 것 알아" "존립·안전·자유민주 질서 위태롭게 할 위험"
북한 해커와 연계해 불법 도박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국내에 유통한 도박사이트 분양조직 총책이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는 20일 국가보안법 위반, 도박 공간 개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김모씨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죄에 관하여 유기징역을 선고할 때는 그 형의 장기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도록 같은 법 14조에서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약 12억4751만원의 추징도 함께 명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보면 피고인은 과거부터 북한 개발자와 대화한 내용이 있고, 주거지에서 압수된 문서나 국정원 직원과의 대화 등에 비춰보면 지속적으로 도박 솔루션 개발과 도박 사이트 유통·분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북한 개발자들과 소통하며 이들에게 전달되는 돈은 북한 통치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으며 국내 도박사이트 분양을 위해 북한 개발자에게 개발을 의뢰한 통신 사실과 금품 수수 행위는 우리나라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상당기간 전문적, 조직적 방법으로 도박솔루션을 개발하고 도박사이트를 분양 및 유지·보수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며 "불법적 온라인 도박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은 매우 크고, 과거 온라인 게임 프로그램을 개발해 유사행위로 처벌받은 적이 있음에도 동종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북한 체제 사상에 적극 동조한 것은 아니고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북한 개발자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북한 해커들과 접촉해 제작한 불법 도박사이트 16개(도메인 71개)를 국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북한 군수공업부 산하 313총국(옛 조선컴퓨터센터) 소속 북한 해커 2명에게 도박사이트 제작을 의뢰하고, 오류 점검을 위해 1181회에 걸쳐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을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북한 정찰총국 제5국(해외정보국) 소속의 또 다른 북한 해커로붙터 도박솔루션 홍보 프로그램을 수수하고 이를 국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분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313총국은 북한의 정보기술 전략을 총괄하는 부서로, 중국 등에 지사를 설립한 후 불법 프로그램 용역을 수주해 외화를 획득하고 유사시 대남 사이버전을 위한 공작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정찰총국 제5국은 해외 파견 공작원 활동 부서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는 대포 계좌를 통해 도박사이트 유지보수비와 게임머니 수수료 등 명목으로 최소 12억 8355만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것으로도 확인됐다.
범행에 사용된 대포계좌로 송금된 불법 수익은 범행 기간인 3년 5개월간 약 23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검찰은 이 중 30% 상당이 북한 해커에게 전달돼 북한 정권에 상납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이 2023년 첩보를 입수한 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가 김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5월 김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고, 검찰은 보완 수사 후 같은 달 그를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