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항법기 의존 중 '휴대폰 검색'…여객선 항해사·조타수 긴급체포

1600m 전 방향 변경 놓쳐…충돌 직전에야 인식한 듯 '직접 지휘 의무' 어긴 채 조타실 비운 선장도 입건

2025-11-20     박두식 기자
▲ 한국해운조합 직원들이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좌초로 인해 선체 하단이 일부 파손돼 정박 중인 퀸제누비아2호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전남 신안군 해상 무인도에 대형 여객선이 좌초된 사고와 관련해 해경이 일등항해사와 조타수를 긴급체포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0일 좌초 사고가 난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A(40대)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B씨(40대)를 중과실치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는 족도와 충돌하기 1600m 거리 전 여객선의 방향 변경(변침)을 해야 했지만, 변침을 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A씨는 자동항법장치로 운항 중이었으며,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다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경은 A씨가 휴대전화를 보느라 족도 약 100m 앞에서야 사고 위험을 인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항법장치 목적지가 족도로 설정돼 있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A씨는 최초 진술에서는 '변침이 뒤늦게 됐다. (방향)타가 먹히지(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승객 구조 직후 1차 육안 감식을 마친 해경의 추궁 끝에 진술을 번복했다.

해경은 이들을 긴급체포해 휴대전화를 압수·디지털포렌식을 의뢰했다. 사고 직전 휴대전화로 무엇을 하고 있었고, 사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다.

해경은 또 60대 선장 C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C씨는 협수로에서 직접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당시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이날 오후 1시 목포해양안전심판원·목포해양수산청 등과 함께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선체 조사·감식에 나선다.

선체는 이날 오전 5시44분께 목포시 삼학부두 여객선터미널에 자체 동력으로 입항·계류 중이다. 선적한 화물·차량 등은 대부분 반출까지 마쳤다.

합동조사단은 항로 이탈 경위 규명을 위해 항해 기록 장치, 자동 항법 장치, 사고 전후 선내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회수해 분석한다. 사고 직전 선체 이상 또는 고장은 없었는지, 1차 암초(여) 충돌 사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두루 들여다본다.

앞서 전날 오후 8시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목포~제주 정기 운항 대형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고가 난 여객선은 항로를 이탈, 무인도인 '족도'에 뱃머리가 얹혀진 채 15도 이상 기울었다.

좌초 사고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해경에 의해 차례로 구조, 육지로 이송됐다. 임신부를 비롯해 30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현재는 대다수가 퇴원하고 3명이 입원했다. 임신부 역시 검사를 받고 퇴원했다.

밤사이 선사가 마련한 숙소 2곳에 나눠 머물렀던 나머지 승객들도 이날 오전 여객선 내 화물·차량을 되찾아가면서 상당수가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