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만명이 그냥 쉬는 심각한 고용 한파, 국가적 재앙 위기 해결 서둘러야
건설·제조업 부진 장기화에 청년층 고용 한파가 풀리지 않고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1월 12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동향’에 젊은 청년층의 취업 민낯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2,904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2,884만 7,000명보다 19만 3,000명이나 늘어 사상 최대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352만 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368만 5,000명보다 16만 3,000명이나 줄어 사상 최저이다. 저출생 영향을 제외한 ‘청년층 고용률’도 44.6%로 연령대별로 유일하게 줄어 18개월째 하락추세(趨勢)를 보인다.
무엇보다 20~30대 청년 중 구직 활동도 안 하고 ‘그냥 쉬었다’라는 사람이 지난달 73만 6,000명(20대 40만 2,000명, 30대 33만 4,000명)에 달해 통계를 작성한 이래 10월 기준 역대 최다였다. 특히 4년제 대졸자 중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20~30대 ‘장기 백수’는 3만 5,000명으로, 13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청년 인구가 매년 20만 명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마저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경제활동에 가장 적극적이어야 할 2030의 취업포기자 숫자가 충남 천안시 인구(약 70만 명)를 웃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711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677만 6,000명보다 33만 4,000명이나 늘며 고용률은 48.1%로 10월 기준 최고였다.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는 구조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20대 후반 청년 10명 중 4명은 임시직이거나 실업자이거나, ‘그냥 쉬었다’는 백수 상태다. 이렇게 ‘범(汎) 실업자’로 분류되는 25~29세 인구가 125만 명에 이른다.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청년이 늘면서 이들이 ‘실업자’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 수치는 도리어 낮아지는 통계 착시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층 고용 악화가 일시적 경기 침체나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수준을 넘어 구조적 위기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2024년 9월 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28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이들 기업의 신규 채용은 총 2만 1,712명 감소했다. 2023년 신규 채용 인원은 16만 5,961명으로 전년에 비해 21.2% 줄어드는 등 2년 연속 감소했다. 2023년 신규 채용을 줄인 곳은 조사 대상 기업의 63%인 81곳이었고, 신규 채용을 늘린 기업은 37%(43곳)에 불과했다. 나이대별로는 50세 이상 채용 인원은 6,114명에서 9,457명으로 3,343명(54.7%)이 늘었지만, 20대의 신규 채용 인원이 2021년 8만 394명에서 2023년 7만 2,476명으로 약 8,000명(9.8%↓) 감소했다. 한번 뽑으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직적 고용 제도 때문에 대기업들이 신입보다 검증된 경력직을 선호하고 그 결과 청년층 채용을 억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충격까지 불어닥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연공 편향 기술변화를 중심으로’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2년 7월~2025년 7월) 청년층(15~29세) 일자리는 21만 1,000개나 줄었다. 이 가운데 98.6%가 ‘생성형 AI’ 도입이 빠른 ‘고(高) 노출’ 업종에서 발생해, 기술 확산이 청년층 고용 위축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 서비스업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질 좋은 일자리부터 타격받고 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하던 제조업과 건설업 불황도 겹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침체로 20대 자영업자가 30% 넘게 급감하며 고용의 대체 통로마저 막혀버렸다. 젊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업, 건설업 일자리는 16개월과 18개월 연속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용 양극화와 양질의 일자리 가뭄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음을 알린 적신호다.
특히 2030을 많이 뽑는 제조업 고용이 감소세인 데다 경력직 중심의 수시 채용 관행이 대기업 위주로 자리 잡은 탓이 크다. 경제 환경 변화가 초래한 현상들이지만 개선책이 아예 없진 않다. 일자리 창출과 직결된 기업의 투자 확대, 이를 위한 규제 완화가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월 13일 제15차 수석·보좌관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대한민국의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것”이라고 천명(闡明)하고, “경제 회복의 불씨가 켜진 지금이 바로 구조개혁의 적기라고 판단된다.”라며 “정부는 내년이 본격적 구조 개혁을 통한 국가 대전환의 출발점이 되게 속도감 있게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밝힌 게 바로 명쾌한 해법이자 첩경이 아닌가 생각한다.
젊은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있는 마당에서 이들의 노동시장 이탈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맞물려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더구나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첫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백수’ 상태가 지속하게 되면 평생 괜찮은 일자리를 못 구할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고용 한파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상황이 갈수록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할 청년층이 사회·복지 지출의 대상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을 고용시장으로 이끌어 들일 정책이 절박하다. 단기 알바(Arbeit) 고용이나 현금성 지원 같은 땜질식 임시 단발 처방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걷어내고 노동 유연화를 통해 기업이 신입 사원을 뽑을 여력을 만들어 줘야만 한다. 청년이 ‘그냥 쉬는’ 사회에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젊은 청년층이 일할 의지를 상실한 경제는 미래가 없다. 지금 정년 연장을 강행하는 것보다 시급한 것은 청년 일자리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다.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교육 시스템 정비 등 청년층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연내 입법을 서두르는 정년 연장안은 청년 고용 실태를 고려할 때 무작정 밀어붙일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무리한 정년 연장으로 청년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등 약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만 한다. 과거 정년 60세 의무화 이후 정년 연장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20대 취업자가 0.4~1.5명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은행 통계는 2016~2024년 사이 55~59세 근로자가 1명 늘면 23~27세 근로자는 1.5명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경직성,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 해소가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회복을 아우를 선결 조건이다. 청년층 취업난 해결은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등 투자 여력을 갖춰야만 가능한 일이다. 서둘러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바꾸고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청년이 놀고 일할 의지조차 없는 현실을 방치(放置)하고 방기(放棄)해선 우리 경제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미래세대의 취업 절벽과 기업 부담, 연금 재정 등에 대한 고민을 늦춰선 아니 된다. 로봇·피지컬 AI(Physical AI)·무인화 기술 도입 등 인공지능(AI) 발(發) 고용 한파가 본격화되면 노동시장은 더 큰 격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무작정 ‘묻지 마’ 정년 연장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 및 속도 조절에 지혜를 모으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총력 집주(集注)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적 재앙으로 치닫는 젊은 청년층 고용 한파 위기 해결을 서둘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