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조 공공조달 ‘의무→자율·경쟁’ 대전환…지방정부 단가계약 폐지

경제관계장관회의서 ‘공공조달 개혁추진 방향’ 발표 구윤철 “재정이 경제에 ‘버팀목’되도록 철저히 관리” 의무 중심 조달체계 ‘대전환’…지방정부 조달 자율화 부패·비리 차단 강화…모든 계약정보 나라장터 공개

2025-11-19     박두식 기자
▲ 발언하는 구윤철 부총리. /뉴시스

정부가 225조원 규모의 공공조달 체계를 ‘의무’ 중심에서 ‘자율·경쟁·혁신’ 중심으로 재설계한다.

조달청 단가계약 물품을 지방정부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경쟁과 가격·품질 관리를 강화하면서 인공지능(AI)·기후테크 등 신산업을 지원하는 전략조달 기능을 대폭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조달시장에 고착된 가격·품질 문제와 낮은 경쟁성, 부패 리스크를 개선하고 조달을 산업정책의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조달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연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재정이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아울러 경제회복의 불씨를 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조달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신산업 성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며 “지방정부의 조달청 단가계약 물품 의무구매를 폐지하고, 공공조달을 통해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의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조달청 중앙조달이 수요기관의 구매 자율성을 더욱 확대하고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혁신조달·사회적 책임조달 등 새정부 국정목표 달성을 뒷받침할 전략 조달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정부는 조달청 단가계약 물품 의무구매를 자율화하는 등 4개 분야 70개 조달개혁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정부는 조달청 단가계약 물품에 대한 지방정부의 조달의무를 자율화하기로 했다. 수요기관이 원하는 물품을 직접 계약·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조달청 계약 물품 구매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전면적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 확대를 추진한다. 내년 경기도·전북도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전자제품 120개 품목(약 2조원)에 대해 자율 구매를 허용한다.

이는 지방정부 쇼핑몰 구매액 20% 수준으로, 실제 소비자 역할을 하는 수요기관의 선택권을 넓혀 가격·품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오는 2027년부터는 시범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지방정부로 자율화를 전면 확대한다. 국가기관 역시 물품·용역·공사 계약 의무조달 기준을 국제입찰 수준으로 상향해 중앙조달의 경직성을 완화한다.

정부는 자율화로 인한 부정부패·약자기업 지원 약화 등에 대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조달 수준의 통제장치를 지방조달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구체적으로 조달청이 지방정부의 자체 조달 건을 분석해 발주기관의 부당한 지시·규정 위반이 있는 경우 시정·개선을 권고하도록 했다.

또 수의계약을 포함한 모든 계약정보를 나라장터에 전면 공개해 조달 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인다. 발주기관·업체·계약금액·계약방법 등 주요 정보를 공개되도록 해 지방정부의 자정 기능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허위 원산지 표시나 직접생산 의무 위반 등 불공정 조달행위에 대해서는 기존의 ‘신고조사’ 방식에서 한 단계 강화된 조달청 직권조사 체계를 도입한다. 조달청이 필요 시 직접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넓히는 조치다.

정부는 자율화 이후 부패가 발생한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조달청 단가계약을 다시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적용한다. 비리가 적발되면 지방정부의 자율 구매 권한을 즉시 회수해 중앙조달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또한 중소·여성·장애인기업 등 약자기업의 공공구매 비율이 축소되지 않도록 구매비율 유지 의무를 시범지역에 부과하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조달법’을 제정해 약자기업 우선구매 원칙을 법제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