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뒤집은 주한미군…“한반도가 전략 중심지”

주한미군, 올해 초부터 ‘동쪽이 위인 지도’ 제작해 내부 교육 주한미군사령관 “전작권 전환 과정서 지휘관계·작전연계성 더 긴밀히 통합”

2025-11-17     뉴시스
▲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기자간담회 답변 모습. /뉴시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미가 더 긴밀하게 통합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17일 ‘전작권 전환을 통해 한미연합군 지휘구조의 중심이 한국군으로 이동할 경우, 동쪽이 위인 지도(East-Up Map)가 강조하는 한반도 중심 개념이 어떤 실질적 의미를 갖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조건을 기초로 한 전작권 전환이 진행되면서 지휘부 내 보직역할은 변할 수 있으나 연합방위의 기본 토대는 변하지 않는다”며 “한반도 중심(Pivot) 개념은 지리적 이점이 역량 있고 상호운용 가능한 전력과 결합될 때 여전히 강점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 전환 과정에서는 지휘관계의 지속적 정교화, 전 영역에서의 작전적 연계성 강화, 양측 계획 절차가 더 긴밀하게 통합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동맹은 함께 북한의 적대적 행동을 억제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미동맹재단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올해 초부터 위아래가 뒤바뀐 동아시아 지도(East-Up Map)를 제작해 내부 교육용으로 사용 중이다. 해당 지도는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지시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에는 주한미군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기점으로 평양(255㎞), 중국 베이징(985㎞), 몽골 울란바토르(2045㎞), 일본 도쿄(1155㎞), 대만 타이베이(1425㎞), 필리핀 마닐라(2550㎞), 베트남 하노이(2705㎞)까지의 직선거리가 표기돼 있다.

특히 북한보다 대만, 필리핀이 더 눈에 잘 들어오도록 만들어져, 주한미군의 역할 조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 삼각구도의 강점은 기존 동맹과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 있다”며 “동쪽이 위인 한반도 관점에서는 한국·일본·필리핀이 세 개의 분리된 양자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네트워크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적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측 해상축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의 고유한 능력이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사령관은 다만 이 구도가 새로운 동맹을 만들려는 것도,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지리적 관계의 구조를 인식하고 이를 실용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찾는 개념”이라며 “역내 안정성을 강화하며, 특히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을 대비하는 신뢰성 있는 연합 억제력, 즉 한반도에서 시작되는 동맹의 기본 임무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 제작 의도에 대해서는 “새로운 이름을 붙이려는 것이 아니라 시각을 전환하는데 있다”며 “한반도는 오랫동안 전방에 위치한 외곽 거점처럼 인식돼 왔으나 관점을 바꾸면 접근성·도달성·영향력을 갖춘 전략적 중심 위치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 메시지가 한국 측에서도 충분히 의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지리적 위치는 취약점이 아니라 전략적 이점이며, 이곳에 배치된 전력은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억제력이다. 이 전력들이 동북하 안정의 핵심 기반을 이루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동쪽이 위인 지도 관점이 전략적 유연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략적) 유연성은 준비태세의 핵심 자산이며,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억제력의 신뢰성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협은 여러 작전 영역과 경계를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포함해 국가·비국가 차원의 다양한 도전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East-Up 관점은 이러한 연결성을 시각화하고, 한반도의 근접성을 위험이 아닌 기회로 해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아울러 “워싱턴과 서울, 그리고 역내 파트너들 모두가 (East-Up 관점)에 관심을 보인다. 이는 한반도가 보다 넓은 전구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한반도에서 유지되는 억제력은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정으로 확장돼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