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내년 경제 성장률 2%대…美관세·글로벌 경기가 변수

KDI, 성장률 전망 상향…올해 0.9%, 내년 1.8% 주요 기관들도 2% 근접한 성장률 전망치 제시 美 관세 따른 세계 성장세 둔화는 리스크 요인 “한미 협상 진전에도 여전히 관세 불확실성 잔존”

2025-11-12     박두식 기자
▲ KDI 정규철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과 김지연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 전환과 반도체 경기 호황에 힘입어 우리나라가 완만한 경제 회복 구간에 진입했다. 올해 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에 근접한 1%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글로벌 경기 둔화는 여전히 우리 경제에도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짐에 따라 재정 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같은 경기 부양책으로는 성장률을 크게 높이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0.8%에서 0.9%,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6%에서 1.8%로 앞서 전망보다 상향했다.

KDI는 소비 개선으로 내수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에 근접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내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세의 완만한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꺾이겠지만 경기는 내수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에도 소비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고 올해까지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건설투자도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소비 증가율은 올해 1.6%에서 내년 2.0%로, 건설투자 증감율을 올해 -9.1%에서 내년 2.2%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경제 연구기관들도 이와 유사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 안팎이다.

씨티는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2.2%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각각 2.2%를 제시했다. 노무라(1.9%), UBS(1.8%), 바클레이즈(1.7%), 뱅크오브아메리카(1.6%) 등은 1%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다만 아직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 미국의 관세 조치는 아직까지 큰 충격을 유발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는 세계 경제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4월에 미국 정부가 처음 관세율을 발표했을 때보다는 실제 적용되는 관세율이 낮았고, 선제적 수출 효과와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올해) 수출 위축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고율 관세는 여전히 세계 무역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연 총괄은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난 시기가 뒤로 미뤄진 거지 이 위험이 아예 없어졌다고 보진 않는다”라며 “그래서 수출이 둔화되는 흐름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증가세가 점차 축소되다가 아마 내년 하반기쯤에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모습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부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내년 세계 경제정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과 같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5년 평균(2015년~2019년)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둔화했다.

전망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팬데믹 이전 3.4%에서 2026년 3.0%으로 하락한다. 미국(2.5→1.6%), 유로지역(2.0→1.1%), 중국(6.7→4.2%), 일본(0.8→0.6%), 인도(6.7→6.5%), 아세안(4.8→4.7%) 등 대부분의 국가·지역에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 붐,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 등이 경기를 지지하면서 완만한 성장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는게 대외연의 진단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대미 관세 협상이 계속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DI는 “한미 무역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수출 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적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한다”며 “광범위한 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내년 한국의 경기 국면에 대해 기관별로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이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대한 추정치가 기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향후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운영 방향을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재정·통화 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영해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긴축 정책을 통해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KDI의 경우 내년 성장률(1.8%)이 잠재성장률(1.5~1.8%)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재정·통화 정책의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보면 상반기 까지는 안좋은 국면이었다가 하반기부터는 부진의 폭이 줄어들고 있고, 내년에는 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책 기조도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재정적자 규모를 -4%보다는 더 줄여나갈 필요가 있고, 통화정책도 경기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아주 크게 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규철 부장은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높은 성장률 기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행되고 있고, 경기부양책 만으로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구조적인 정책들을 병행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외연은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한국이 내년에 1%대 후반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이건 어느 정도 선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잠재성장률에는 살짝 못 미치고 조금 근접하는 수준까지는 올라가는 것 아닌가 판단한다”며 “올해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기저효과를 생각하면 완연한 회복 국면이라고 보기는 조금은 어렵고 ‘반등 정도’라고 평가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