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덮고 쪽잠, 노숙자 따로 없어"…APEC 동원 경찰관들 울분

2025-11-11     박두식 기자
▲ 폐지를 덮고 잠을 자는 APEC 현장 경찰관의 모습이다. (사진 =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제공)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1일 막을 내린 가운데, 행사에 동원된 경찰들 사이에서 열악했던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 숙소와 식사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전날 APEC 정상회의 당시 열악한 근무환경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근무복을 입은 경찰이 바닥에 폐지를 깔거나 박스를 이불 삼아 쪽잠을 자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충격을 안겼다.

또 영화관 대형 스크린 앞에 이불을 깔고 휴식을 취하거나, 복도에서 박스를 깔고 모포 하나만 덮고 자는 모습, 길거리에서 식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도 APEC 현장 근무 경찰관들이 "차갑게 식은 도시락이나 유통기한 임박 샌드위치를 식사로 받았다" "숙소가 멀고 휴게 시간엔 버스 안에서 대기해야 한다" 등의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에 경찰직협은 11~14일간 '경찰을 노숙자로 만든 APEC 행사 사진전'을 열고 APEC을 주관한 경찰지휘부의 무능함을 밝히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경찰직협은 "무능, 무책임한 경찰지휘부가 쏟아내고 있는 탁상행정을 뿌리뽑지 못한다면, 제2의 이태원, 잼보리 사재로 국민, 경찰의 목숨을 위협하고 국가적 대망신 사태는 재발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직무감사를 통한 전수조사, 지휘부의 진정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정당한 수당지급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전은 11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경찰청 앞에서 시작된다. 12~14일에는 같은 시각에 국회 앞에서 사진전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