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매달 70명씩 사라지는 도시, 태백의 붕괴는 진행 중

민선8기 3년 4개월, 일자리 실패와 불통 행정이 만든 ‘인구 절벽’

2025-11-10     박두식 기자
▲ 태백시가 117억원을 들여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태백힐링시팅타워 건축사업이 4차례 이상 공사기간이 연장되면서 10월 말 준공이 연말로 연장이 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기 도시인 강원 태백시가 민선8기 들어서도 인구 감소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0월 말 기준 태백시 인구는 3만7305명으로 2022년 7월1일 민선8기 출범 당시의 4만85명보다 2780명 줄어든 수치로, 매월 평균 69.5명, 연간 834명꼴로 인구가 줄어 들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6년 초에는 인구 3만7000명선 붕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온다.

태백의 인구 감소는 단순한 자연 감소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일자리 붕괴와 행정 리더십 부재가 낳은 인구 절벽이라 분석한다.

장성광업소 폐광 이후 대체산업 유치는 번번이 지연됐고, 강원관광대학교 폐교로 교육 기반마저 피폐해 졌다는 지적이다.

이상호 시장은 취임 초 “전임 시장의 정책 실패로 인구가 줄었다”며 변화를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냉소적인 평가다.

민선8기 들어 추진된 ‘고원체육특구 활성화’ 사업은 시체육회와의 갈등으로 반쪽짜리로 끝났고, 도시재생사업·청년일자리 정책은 실질적 성과가 미미한 가운데 표류 중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체감도가 낮은 행사 중심의 행정과 소통 단절은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태백의 인구 구조는 이미 생산 가능 인구 기반 붕괴 단계에 진입했다.전체 인구 3만7305명 중 60세 이상 고령층은 1만5556명(41.7%), 이 가운데 70대 이상이 절반을 넘어선다.

연령대별로는 ▲60대 7397명(19.8%) ▲50대 6728명 ▲70대 5242명 ▲40대 4938명 순이며, 30대 이하 인구는 8000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청년층 유입이 끊긴 채, 도시가 빠르게 노령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년 중심 도시로 급속히 고착화되는 현상은 지역경제의 활력을 마비시키고 있다.

태백시의 인구 불균형도 심각하다. 8개 행정동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상장동(1만1290명)이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반면, 철암동(1644명), 구문소동(2061명), 장성동(2991명), 문곡소도동(3268명) 등 외곽 4개 동의 인구를 모두 합쳐도 9964명에 불과하다.상장동 한 곳보다 1300명 이상 적은 수치다.

이 같은 격차는 태백시의 생활·산업 인프라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역 시민단체인 위청준 태백시민행동 위원장은 “지난 3년 4개월은 행정보다 정치가 앞섰고, 갈등보다 화합이 더 절실했던 시간이었다”며 “이제라도 남은 기간만큼은 시민과 함께하는 포용 행정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선8기 들어 태백시는 브리핑룸 폐쇄 및 기자회견 전무, 자유게시판·구내식당 폐쇄, 싸리재 공중화장실 철거 논란, 시의회·체육회와의 불통, 대체산업 유치 지연, 선거법 위반 논란 등 각종 불통 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그 결과, 태백시는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2023·2024년) 최하위 등급, 2024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에서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태백시는 반전의 계기를 찾기 위해 고터실산업단지 조성, 청정메탄올 생산기지 구축, 지하연구시설(URL) 개발, 산림목재산업 육성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시 관계자는 “민선8기 남은 기간, 대체산업 기반 확립과 내실 있는 체육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회복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재창 태백시의회 의장은 “힐링시티타워 등 보여주기식 행정보다 일자리 창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며 “남은 기간 집행부는 불통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상생과 화합에 집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