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난에도 낮은 실업률…부족한 양질 일자리에 청년백수 늘어난 탓
KDI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 현안분석 "20대 '쉬었음' 늘자 실업률 줄어…10년간 하락분 71% 기여"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낮은 실업률이 지속된 배경에는 20대의 '쉬었음' 인구 증가와 구인·구직 매칭효율성 개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일 '최근 낮은 실업률의 원인과 시사점' 현안분석에서 "20대의 구직 포기 확대로 통계상 실업자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고, 동시에 디지털 구인·구직 플랫폼 확산으로 매칭효율성도 개선됐다. 두 요인을 합치면 최근 10년간 실업률 하락폭의 약 6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서 김 연구위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경제활동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를 연령별로 구직 의향을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했다.
20대 쉬었음은 주로 '학업 및 취업준비' 사유가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지난 20년간 20대 생산가능인구가 17% 감소했음에도, 20대 쉬었음 인구는 25만명에서 41만명으로 64% 늘었다. 20대 '쉬었음' 인구의 비중은 20년 전 3.6%에서 올해 7.2%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참여의욕이 약화되는 모습을 나타내는데, 경기 둔화로 양질의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김 연구위원은 20대 쉬었음 인구 비중이 10년 전 수준(4.4%)에 머물렀거나 완만히 늘었다면 올해 실업률이 지금보다 0.4~0.7%포인트(p) 높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실업률 하락폭의 최대 71%를 설명한다. 즉, 쉬었음 인구로 유입된 20대 구직포기 증가가 실업률을 낮추는 데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구인·구직 연결의 효율성을 의미하는 매칭효율성은 약 11%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디지털 채용 플랫폼 확산과 인공지능(AI) 기반 구직 추천 시스템 등 기술 발전이 주된 요인으로, 공공·민간 직업알선 경로를 통한 구직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5년 71%로 급증했다.
만약 매칭효율성 개선이 없었거나 절반 수준에 그쳤다면 2025년 실업률은 실제보다 0.2~0.4%p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실업률 하락폭의 23~45%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매칭효율성이 높은 산업(건설업·사업시설관리 등)으로 구직이 집중된 것도 효율성 개선에 기여했다"며 "2020년 이후에는 산업 간 구인·구직 불균형이 완화되면서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두 구조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면 지난 10년간 실업률 하락폭의 약 68% 이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가 없었다면 실업률은 현재보다 0.6%p 이상 높았을 거라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낮은 실업률이 반드시 고용 여건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매칭 기술의 발전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구인-구직 간 연결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고, 실업률 하락의 상당 부분이 청년층의 노동시장 이탈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을 확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한편,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적자원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청년층의 '쉬었음' 증가 원인을 심층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