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대미투자 MOU 서명 임박…정부 간 최종 조율 속도
대미 투자 3500억불 확정…현금 2000억불 투자처 양국 논의로 결정…美 AI 등에 활용 車·상호관세 관세 인하 시점 추가 조율 필요
정부가 한미 관세협상 조인트팩트시트(JFS)와 대미 투자 양해각서(MOU)를 이번 주 내 발표하기 위해 막판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명문화하고 있다. 관세·안보 분야를 포괄한 팩트시트와 대미 투자 세부 내용을 담은 MOU를 각각 마련 중이다.
대통령실이 최근 문서의 공개 시점을 ‘이번 주’로 못박으며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 30일부터 한미가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가 확정될 전망인 가운데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형태로 구성된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연간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투입돼 우리 외환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된다.
해당 금액은 미국 내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업,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미국 내 여러 프로젝트에 활용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투자처는 양국 공동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러트닉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 제가 위원장을 맡는 협력위원회의 동의를 거쳐 투자가 집행된다”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우선 이 돈을 활용하도록 혜택이 돌아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의 대미 투자가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이번 협상에 따라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별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반도체·의약품 등 향후 관세 부과가 예고된 품목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약속했다.
다만 관세 인하 적용 시점은 불확실한 상태다. 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 “(미국에)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고려하면 빠르면 이번 달, 늦어도 다음 달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관세 소급 적용 문제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앞서 일본은 미국 측에 8월 7일을 기준으로 소급 환급을 요구했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진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만간 미국 정부가 팩트시트를 공개하고 한미 간 MOU가 체결되더라도 국내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미 투자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미투자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외화자산 운용 수익 등을 재원으로 대미 투자를 위한 국가기금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다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협상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국회와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 보고하고 협의하는 건 행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간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부도 상세히 설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