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점 안되면 대출 힘들어…밀려나는 서민

정부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 대출 문턱 높아져

2025-11-05     이광수 기자
▲ 서울 시내의 한 제2금융권 지점에 대출 창구 안내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가계대출 차주들의 신용점수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이미 950점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대출이 초고신용자 위주로 쏠리다보니 중·저신용자는 2금융권이나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지난 9월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50.8점으로 1년 전(940.6점)보다 10.2점 높아졌다. 전세자금대출 차주들의 신용점수도 평균 931.2점으로 2년 전(921.6점)보다 9.6점 올랐다. 신용점수가 약 930~940점 이상은 돼야 안정적으로 은행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상향 평준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따라 대출 여력이 줄어든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 크다.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을 내주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은 중.저신용자들이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은행들은 연말을 앞두고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일제히 대출 옥죄기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가 올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당초 목표 대비 50% 감축하라고 주문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에 신한·하나·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나섰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들은 제2금융권 등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이러한 ‘풍선효과’는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용평점 850점 이하 중·저신용대출은 7~8월 평균 1663억원으로, 올 상반기 월평균 2388억원 대비 3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들이 1금융에서 2금융으로 밀려나고, 이로 인해 저신용자가 다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