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北 원로 김영남 사망에 조의문
北 외교원로 김영남, 3일 97세로 사망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4일 조의문을 발표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발표한 조의문에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김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 고위급 인사 사망과 관련해 세 차례 대북 전통문 형식의 조전을 보낸 바 있다. 이번 조의문은 전례와 달리 조전 발송이 아니라 대변인이 언론에 발표하는 형식으로 공개됐다. 북한이 2023년 4월 이후 모든 남북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탓에 소통 창구가 사라져서다.
정부가 북한 고위급 인사 사망에 조전을 보낸 것은 2005년 10월 연형묵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망 때가 처음이었다.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남북 장관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 명의로 보낸 전통문에서 조의를 표했다. 정 장관은 2004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통일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2006년 8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임동옥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 사망에 따라 조전을 보냈다.
2015년 12월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사망했을 때는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 명의 조전이 발송됐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중용돼 북한 외교무대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남한을 찾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전) 전례를 보면 남북회담 대표로 나오는 등 남북관계에 직접 등장한 사례"라며 "김영남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 측 특사단 대표로 방남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의문은 국가안보실과 조율을 거쳤으며, 정부 차원에서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 전 상임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명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전 상임위원장이 3일 9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 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