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美 관세협정에 “합의문조차 없는 백지 외교… 국회 비준 받아야”

3500억 달러 대미투자…與 특별법 추진에 “거짓말 들통날까 봐 협상 내용 숨기겠단 것” 송언석 “李, 4일 시정연설서 입장 밝혀야”

2025-11-03     이광수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3일 이재명 정부 대미 관세 협상 결과를 놓고 “합의문이나 공동성명조차 없는 백지 외교”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재명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국회 비준이 아니라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협상 내용을 꽁꽁 숨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팩트시트(공동설명문)도 합의문도 공개가 안 됐다. 심지어 정부가 협상 내용을 발표하고 돌아서자마자 미국에서 곧바로 다른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합의사항을 왕관에 새기고 야구 배트에 찍힌 도장으로 서명을 끝낸 것인가”라며 “이 대통령은 칼에 찔려 죽는 것, 총 맞아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야구방망이는 그토록 두렵다고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장 대표는 “실용 외교가 국민을 속이고 둘러대기 위한 외교가 돼서는 안 된다. (대미 투자 특별법 제정은) 밝힐 수 없는 이면의 합의 내용을 슬그머니 집어넣어 끼워팔기 하겠다는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이 아니라 합의문 발표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협정으로 최대 3500억 달러의 국민 혈세가 대미 투자로 반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국회의 동의 없이 밀실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헌법과 국민을 부정한 독단적 폭거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한미 관세 협정은 헌법 제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과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를 법률 제정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명백한 위헌 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반도체 문제를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협상했다고 했지만, 그다음 날 미국은 반도체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라고 부정했다”며 “이번 협상에서 철강 문제는 아예 빠져있었다. 이렇게 가면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길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일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 차 국회에 온다”며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히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정부 발표대로 한미 관세 협상이 진행돼도 엄청난 국부 유출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국회 비준 동의를 피하려고 하는 꼼수가 엿보여 상당히 걱정이다. 이재명 정권은 반드시 국민께 (협상 결과를) 공개하고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3500억불 (투자는) 국민 1인당 950만원이라는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라며 “이런 새로운 부담이 국민 여러분께 부과된다면 반드시 국회 비준을 거쳐야 한다. 민주당이 생각하는 특별법의 내용도 소상히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구속성 없는 양해각서(MOU)라는 이유로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지만, (국회 비준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여부는 MOU 등의 형식과 상관 없이 재정 부담 증가 가능성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국 간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 공동 팩트 시트 하나 없는 현실. 진짜 타결이 맞는지 국민적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부는 협상 타결을 홍보하지만, 디테일은 공개되지 않은 채 모든 부담은 국민과 기업 몫”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에서 “우리 정부가 최대치를 하는 방향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면서도 “정부는 일단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고 했었고, 지금 그러지 않겠다고 하면 합의문을 갖고 와서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 반도체·AI(인공지능) 첨단산업특별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대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