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싱가포르 정상회담…‘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

한-싱가포르 수교 50주년…정상회담 열어 안보·경제·역내 평화 등 협력 강화키로 ‘디지털 협력 MOU’ 등 4건 문서 체결

2025-11-02     박두식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2일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두 정상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 안보·경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정치·안보, 경제, 첨단기술, 인적 교류 등 전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회담 직후 디지털, 문화·체육, 녹색·디지털 해운, 인사행정 등 4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양 정상은 첨단 방위기술 공동연구 등 국방·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온라인 금융사기·사이버위협 등 초국가 범죄 대응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보호무역 확산과 공급망 불안 속에서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개선과 양자 FTA를 통한 교역·투자 확대에 뜻을 모았다.

이번 회담에서는 제주산 쇠고기·돼지고기의 싱가포르 첫 수출 합의도 이뤄졌다. 양 정상은 농식품 교역과 식량안보 협력 확대를 기대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한국 중소기업·스타트업·콘텐츠 산업 투자 확대도 요청했다.

인공지능(AI)·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사람 중심의 AI 정책 방향을 공유하며, 디지털 협력 MOU를 기반으로 AI 공동연구와 기업 간 교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에너지전환 분야에서는 원자력 협력 협정 추진에 공감하고, 녹색·디지털 해운 항로 구축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AI사회로의 전환 및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있어 에너지전환과 녹색경제 분야에서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에 양국 간 원자력 협력 협정 추진 및 인적역량 강화 등을 통한 원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하였으며, 국제 물류·해운 강국인 양국 간 녹색·디지털 해운 항로 구축 협력 MOU 체결을 통해 해운 분야 탄소 감축 및 디지털 해운 전환 분야에서의 협력도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 정상은 문화·관광·교육·스포츠 등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고, 특히 미래 세대 간 교류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웡 총리가 앞서 아세안(동남아시아연합국가)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을 지지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고, 웡 총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동북아와 동남아에서 첨단산업과 혁신을 주도하는 양국이 함께 만나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가면 좋겠다”며 “오늘은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방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양국 관계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층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최근 들어서는 양국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국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양국이 전략 환경 변화에 대응한 안보협력, 자유무역 질서 위기에 대응한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한 인공지능과 첨단기술 협력에 방점을 두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웡 총리는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이 앞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교두보가 되길 바란다”며 “녹색·디지털 산업,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많은 부분과 국방·안보 등에서 협력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와 한국의 국가전략, 철학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어려움에 처한 글로벌 시장에서 지역 역내 파트너로서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회담 결과를 언론 공동선언으로 발표하고, 오찬을 함께 가졌다.

이 대통령은 “어두운 밤 밝게 빛나는 별은 우리가 헤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며 “함께 빛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웡 총리는 “인적 연결을 통해서 보다 더 역동적이고, 보다 더 친밀한 무역 교류가 또한 이루어질 것”이라며 “경제뿐만 아니라 국방, 또 다양한 산업에서, 특히 에너지와 녹색, 환경과 관련된 많은 분야에서도 협업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에 잠재적인 분야가 더욱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