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정책 국감은 사라지고 싸움판된 국감…‘스타’는 없고 고소·고발만 난무

여야, 이재명·윤석열 정권 공격 정쟁 반복…정책 검증 ‘실종’에 스타도 ‘실종’ 법사위, 與 ‘관례 깨고’ 대법원장 질의 강행…野 ‘추미애방지법’ 발의 김현지 놓고 대립…국힘 “국감 출석해 의혹 대답해야” 민주 “부를 이유 없어” 여야, 서로 상대방 고소·고발전도…국감 정쟁·파행 책임은 상대방에 떠넘겨

2025-10-26     박두식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정책 검증 대신 막말과 고소·고발이 수반된 정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여야가 이재명·윤석열 정권 관련 공방을 연일 주고받으면서 민생과 정책 검증이라는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있다. 지지층을 겨냥한 의원들의 고성과 막말, 충돌이 빈발했지만 객관적인 검증과 날카로운 지적은 실종되면서 국정감사 ‘스타’는 나오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대 격전지’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공격에 집중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등을 부실 수사했다면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부각하는데도 주력했다.

국민의힘은 인사 개입, 경기동부연합 연계설, 휴대전화 교체설 등 각종 의혹을 매개로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이슈를 부각했다. 또 미국과의 관세협상, 10·15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등을 비판하며 이재명 정부의 무능과 혼선, 정부 인사들의 부도덕성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법사위는 국정감사가 열릴 때마다 여야의 충돌로 야당의 보이콧과 여당 소속 위원장의 감사 중지 선언, 의원 퇴장 명령, 발언권 제한 등 파행이 반복됐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대법원 국정감사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일반 증인으로 단독 채택했고, 증인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이석을 불허한 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질의를 강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잇단 질의에도 정면을 응시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는 관례에 따른 마무리 발언에서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국회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질의를 강행한 것은 ‘헌정 질서 유린’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헌정사상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 “대통령도, 국회의장도 상임위 국감에 나와야 한다”는 비판도 했다.

법사위는 민주당 주도로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도 실시했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불출석한 가운데 열린 현장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은 직권남용이자 대선 개입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대법원 현장검증 강행에 항의해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재명 무죄 만들기를 위한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사법 파괴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위원장에게 “국민의힘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면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형사 고발하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의 발언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하거나 강제 퇴장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추미애 방지법’ 발의로 맞대응했다.

여야는 운영위원회 등 각 상임위에서 김현지 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 등이 제기된 김현지 부속실장을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김현지 부속실장을 부를 이유가 없다며 증인 채택에 협조하지 않았다. 다음달 6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도 김현지 부속실장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충돌은 고소·고발전으로 확대됐다. 국정감사 기간 고발장을 주고받는 상황은 반복돼 왔지만 대통령실 인사와 전현직 정부 인사까지 고발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판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부속실장을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 체포영장 공유 의혹’과 관련해 수사 기밀 유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을 이끄는 민중기 특별검사도 네오세미테크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과 경기 양평군 공무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민주당은 김현지 부속실장에 대해 경기동부연합설 등을 유포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박정훈·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발했다. 민주당은 또 국정감사장에 불출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은 위증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여야는 정쟁 일변도가 된 국정감사를 두고 상대방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삶을 볼모로 하는 정쟁을 단호히 거부하고 결코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며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최우선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준비되지 않은 이재명 정권의 무능과 혼선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이 정권의 실체는 ‘삼무(三無)’, 즉 무능, 무지, 무책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