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컨트롤타워’ 구윤철 취임 100일…美관세·부동산 등 첩첩산중

100일간 관세협상·성장전략 설계 등 강행군 지속 관세협상 여전히 평행선…대미 수출 위축 현실화 조짐 부동산 시장 과열 확산…세차례 대책에도 효과는 아직 기재부 분리로 ‘경제 컨트롤 타워’ 기능 약화 우려 커져

2025-10-26     박두식 기자
▲ 합동 기자회견 발언하는 구윤철 부총리. /뉴시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후 100일 동안 강행군을 이어 왔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취임해, 열흘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고 한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상호관세 인하라는 해법을 도출했다.

귀국 후에는 한 달여 만에 세제개편안, 경제성장전략, 예산안을 잇따라 발표하며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후 정부는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다. 인공지능(AI)·초혁신경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예산·세제·금융 등 패키지 지원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제약 요인을 줄이기 위해 배임죄 폐지 등 경제형벌 합리화와 규제 개선도 추진 중이다.

10월 들어서는 경제외교 행보도 본격화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총회에 참석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합의의 선결 조건인 통화스와프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다.

곧이어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구조개혁장관회의에서는 의장국 자격으로 AI·디지털 전환을 주요 의제로 올려 역내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윤철 경제팀의 앞길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은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규모와 방식, 기간에 대한 이견으로 3개월 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25%의 상호관세를 유지하고 있고, 자동차에도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비해 높은(25%)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은 급격히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자동차 뿐만 아니라 반도체·의약품 등에도 불리한 품목별 관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대미 수출 감소는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의 당초 요구대로 3500억 달러를 ‘선불’로 투자하는 것은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우리나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200억 달러 수준이고, 1년에 최대로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는 200억 달러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미 협상에 대한 우려감은 외환시장도 흔들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440원을 넘어서며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고, 24일 1437.1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3개월간 4.7% 가량 올랐다. 국내 증시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도 환율이 빠르게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미국을 최대한 설득해 대미 투자 펀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고, 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합의를 이끌어내길 희망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불안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연초부터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과열 양상은 올해 하반기 들어 한강벨트와 경기 지역 등으로 확산됐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수요 억제책인 6·27, 10·15 대책과 공급 확대책인 9·7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후 4개월 동안 세 차례의 대책을 내놨음에도 아직 부동산 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새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향후 5년간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재정지출 규모는 연평균 5.5%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25년 111조6000억원에서 2029년 124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국가채무는 올해 1301조9000억원에서 매년 100조원 이상 증가해 2029년엔 1788조9000억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 49.1%에서 2029년 말 58.0%까지 높아진다.

구 부총리는 재정을 마중물로 활용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이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고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비생산적인 부문에 과도한 재정이 투입될 경우 성장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최근 프랑스의 사례처럼 재정 위기가 금융시장 불안과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