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1심 무죄…法 "시세조종 증명 증거 부족"

카카오 전·현직 경영진 무죄 선고…지창배 집유 法 "핵심 증거인 이준호 진술 신빙성 낮아"

2025-10-21     박두식 기자
▲ SM 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지시·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가운데)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8월 2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2023년 2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주가를 설정·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사실상 유일한 핵심 증거인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증언이 일관되지 않으며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기존 진술을 번복하고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진술을 함으로써 수사 대상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며 "검사가 핵심 증거로 내세우는 이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상식에 모순되며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가 SM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사실이나 매수 주문 양태 등을 고려했을 때 매집 방식이 시세 조종성 주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가 매수 주문, 물량 소진 주문 등을 모두 살펴봐도 시세 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높은 수준으로 고정시킬 목적 실현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재판부는 검찰 측을 겨냥해 "이 전 부문장은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당해 허위 진술했고 이러한 결과에 이르렀다"며 "강도 높은 수사로 피의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낼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창업자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도 공식 입장을 내고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감사드린다"며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카카오 전·현직 경영진들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위반(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김 창업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징역 15년형은 자본시장법 위반 최고 형량이다.

당시 검찰 측은 "김 창업자는 카카오 총수이자 최종 의견 결정권자로 인수를 지시하고 장내 매수를 통한 시세조종을 허용했기에 죄책이 막중하다"며 "본 건 범행의 이익도 가장 커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