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제출 후 심신미약 주장하며 철회…法 "입증 못하면 자진퇴사"
전보 후 스트레스 주장하다 사직서 제출 법원 "판단 능력 상실 입증할 증거 부족" "스스로 사직서 제출해 근로관계 종료돼"
사직서 제출 당시 스트레스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해도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면 부당해고가 아닌 자진퇴사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지난달 11일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1989년 B협동조합에 입사한 A씨는 2024년 1월 C지점으로 전보됐다. 그는 전보 후 C지점에 업무인수차 출근했으나 건강 문제로 휴가를 사용하다 약 2주 만에 복귀했다.
A씨는 출근 20분 만인 오전 8시20분께 '개인사정으로 사직한다'는 취지의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직서와 비밀유지 서약서, 무사고확인서를 모두 자필로 작성했으며 지점장의 만류에도 퇴사 의사를 표시했다.
B협동조합은 같은 날 A씨의 사직을 수리하고 다음 날 '자진퇴사'로 그의 고용보험이 상실됐다고 신고했다.
이후 A씨는 사직서 제출 당시 조합장의 괴롭힘과 전보 스트레스 등으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직서는 정신적 압박 하에 제출한 비진의 의사표시로 효력이 없으며, 곧이어 휴직 요청을 통해 사직을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직 철회 주장에도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해고해 부당하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두 차례의 구제신청이 모두 기각당하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도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사직서가 제출 당일 즉시 수리되었으므로 사직 철회는 회사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당일 점심 무렵 사직 의사를 철회했다'는 A씨 주장에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A씨가 인사담당자, 지점장과 한 통화 및 메시지 내용에서도 철회 의사를 표현한 내용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A씨가 실업급여를 문의하고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 퇴직을 전제로 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 사직의사가 수리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A씨가 주장하는 비진의 의사표시 여부와 관련해서도 그가 사직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의학적,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응급실 진료 및 정신과 진단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사직서 작성 시점의 판단능력 상실을 입증할 증거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A씨는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가 이를 수리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었으므로 해고가 아닌 자진퇴사로 판단한다.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했다.